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오심 퍼레이드 속 반성 없는 ‘K-심판’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축구계가 분노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12일 “지난 8일 전북 현대 타노스 코치가 경기 중 심판을 향해 ‘인종차별 행위 및 비하 발언’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심판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축구계 전체의 윤리 및 인권 존중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타노스 코치는 후반 추가시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이 과정에서 타노스 코치가 관자놀이 근처로 두 손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심판협의회는 이 장면을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파악할 정면 화면은 없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면 타노스 코치가 인종차별을 했다고 확정하긴 애매하다.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볼 여지도 있지만, 오히려 경기 중 흔히 하는 ‘집중해서 보라’는 제스처에 가깝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북 구단에서도 “타노스 코치가 휴가 중이다.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긴 한데 그런 의도로 보지 않고 있다. 격하게 흥분해서 항의한 정도로 보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판 시각에 따라 의혹을 제기해 ‘오해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 정도의 목소리는 낼 사안인데 심판협의회는 아예 인종차별로 확정했다.
공감은 전혀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북이 아닌 다른 구단 관계자조차 “저게 무슨 인종차별인지 모르겠다”라며 “평소 심각한 오심에는 반성 한마디 하지 않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축구인도 “본인이 오심으로 피해 준 것은 생각하지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장면을 두고 입장 표명을 하는 게 황당할 따름이다. 언제 자기들이 오심해서 죄송하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나”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올시즌 K리그 심판 판정은 리그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부 리그조차 황당한 오심을 연발해 구단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살 떨리는 순위 경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공정한 싸움을 반대로 심판이 불공정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갈 정도다. 위원장을 국회까지 가게 만든 당사자인 심판협의회는 이에 관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앞서 FC안양 구단주 최대호 안양시장의 판정 관련 기자회견에 강력하게 반박하는 입장을 밝힌 사례가 있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심판협의회 회장은 지난달 전북에 심각한 오심 피해를 안긴 심판이다. 이 오심으로 그는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 관계자는 “알아서 오해를 만들고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같다. 본인이 오심을 해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피해팀을 향해 확실하지도 않은 문제를 제기하면 판정 신뢰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축구협회를 거치지 않고 심판협의회에서 자체적으로 인종차별 행위로 확정해 입장을 발표하는 것도 ‘프레임 전환’이라는 다소 정치적인 행동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 계속되는 오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극단적인 인종차별 이슈를 꺼내 피해자를 자처했다는 의심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축구계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