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긴 터널이었다. 군백기와 팬데믹을 거쳤다. 솔로 활동은 물론 팀 활동도 많지 않았다. 첫 솔로 데뷔 이후 무려 6년 8개월 만이다. 세월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아티스트로서의 갈증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다시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열망이 새 미니앨범 ‘어웨이크(AWAKE)’에 오롯이 담겼다.
역할이 커졌다. 스스로 제작자가 됐다. 투자받고, 부족한 자금은 대출로 메웠다. 직접 스태프를 만났다. 작곡가는 물론 안무팀, MV 촬영팀, 화보 촬영팀,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크고 작은 것까지 스스로 도맡았다. 자신과 어울리는 팀을 찾았고,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번 앨범은 장동우 그 자체다.
장동우는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돈내산’으로 만든 앨범이다. 저의 색을 찾아간 여정이었다.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래퍼로 데뷔했지만, 브레이크 댄스도 꾸준했고, 노래도 실력을 키웠다. 저의 올라운더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다”의 줄임말)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기 자금이 들어가는 건 새로운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다. 큰 흐름으로 들어가는 자금은 물론 뮤직비디오 촬영장 인건비와 식사 비용도 따지게 된다. 안무 팀도 최소한으로 활용하게 된다. 뺄 수 있는 돈을 최대한 빼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비용도 발생한다. ‘눈먼 돈’의 깨달음을 넘어 감고 있던 눈이 떠진 셈이다.
“제가 가볍게 생각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찍으라면 무게 잡고 사진 찍고 왔어요. 이제는 스태프 규모만 봐도 확 긴장돼요. 절약할 부분이 보여요. 무게감이 달랐죠. 눈빛이 달라져요. 하하. 눈 감고 지낸 세월이 길어요. 모든 제작자에게 존경과 예의를 표하고 싶어요.”

외로운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새롭게 출발해야할지 몰랐다. 군대에 다녀오면 장밋빛 미래가 열릴 줄 알았는데, 길고 긴 팬데믹이 찾아왔다. 갈 곳이 없었다. 답답함이 컸다. 앨범을 내기도 어려웠다. 그때 장동우를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영혼을 갈아가며 앨범을 만들었다. 그 모든 과정이 성장의 발판이었다
“회사에 몸담고 앨범을 내는 게 편하긴 하죠. 하지만 저 회사 사정상 앨범을 낼 수 있는 ANR(Artist and Repertoire) 시스템도 없었어요. 단체 활동 상황도 여의찮았죠. 저를 응원해준 분들이 있었어요. 밤을 새워가면서 모든 걸 담당했어요. SNS도 제가 관리해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다음에 앨범을 낸다고 해도 제가 혼자 담당할 것 같아요.”
난관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각종 조직과 협의 과정에선 크고 작은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 것이다. 아주 작은 것까지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지경에 이른다. 아티스트가 그 과정을 겪는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다. 사안을 바라보는 디테일이 달라진다. 집중과 선택 사이에서, 포기를 결정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해탈을 느꼈다.

“준비하면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협의를 반복하다 보니 ‘해탈’을 하게 됐어요. 나쁜 의미의 해탈은 아니고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포기하는 대신 타개할 방법을 찾고 자체적으로 길을 개척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 것이죠. 어머니 배에서 탄생할 때 저희는 이미 DNA 승자인 거잖아요. 니체의 말대로 ‘저를 부러뜨릴 수 없는 것은 저를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이겨낼 겁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