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1970~1990년대를 수놓았던 감초 배우 남포동(본명 김광일)이 별세했다. 향년 81세. 코믹 연기로 사랑받았지만, 말년은 병마와 생활고가 겹친 험난한 시간이 있었다.

남포동은 23일 오전 지병으로 눈을 감았다. 고인은 두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생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빈소는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이다.

1944년생인 남포동은 1965년 영화 ‘나도 연애할 수 있다’로 데뷔했다. 이후 ‘고래사냥’, ‘제3한강교’, ‘변강쇠’, ‘황진이’, ‘투캅스 2·3’ 등 167편이 넘는 작품에 등장하며 ‘감초 연기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드라마 ‘인간 시장’, ‘머나먼 쏭바강’, ‘인생은 아름다워’, ‘보디가드’ 등에서도 거친 듯 친근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전성기와 달리 그의 말년은 고단했다. 2000년대 초 거액 사기를 당하며 전 재산을 잃었고, 두 차례의 이혼과 사업 실패가 겹치며 생활은 급격히 무너졌다. 2009년에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간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지난해 MBN ‘특종세상’에서 “10년 넘게 모텔에서 지냈다”며 생활고를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모텔 객실을 월세 삼아 지내며 간병과 이동조차 쉽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지난해 초에는 경남 창녕군의 한 주차장 차량 안에서 의식이 흐린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구조 당시 차량 안에는 술병과 잿가루가 담긴 양동이가 있어 극단적 선택을 의심케 했고, 그는 이후 유튜브 ‘근황올림픽’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10분만 늦었어도 살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그는 “90세까지 악착같이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병세는 결국 그를 붙잡아두지 못했다. 평생을 연기에 바친 한 배우의 삶이 자리를 마감하면서 대중은 안타까움 속에 마지막 인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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