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승섭기자] 국민배우 故(고) 이순재가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의 뜨거운 눈물과 깊은 추모 속에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향년 91세.

지난 25일 새벽 별세한 고인의 영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유족과 함께 배우 김나운, 김영철, 박상원, 이무생, 이원종, 유동근, 유인촌, 유태웅, 원기준, 최수종, 정태우, 정일우, 정준호, 정동환, 정준하, 방송인 장성규 등 연예계 동료 및 후배 12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며 슬픔을 나눴다.

고인과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보석이 사회를 맡아 숙연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보석은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은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큰 역사였다”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방송영상 예술에 있어 너무나 큰 족적을 남기신 유일무이 국민배우가 아닐까 싶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배우 하지원과 김영철이 애절한 추도사를 낭독하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 함께 출연했던 하지원은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며 흐느꼈다. 그녀는 “연기 앞에서는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칭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TBC 공채 탤런트 직속 후배이자 KBS2 ‘공주의 남자’에 함께 출연했던 김영철은 “선생님은 상황이 어떻든 누구 앞이든 항상 품위와 예의를 지키셨다”며 고인의 한결같았던 모습을 회상했다. 특히 “그날 그 새벽을 잘라내고 싶다”며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속 한 장면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오열해 장내의 슬픔을 더했다.

故 이순재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뒤, 약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대한민국 방송·연극 역사를 개척해온 ‘영원한 현역’이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허준’의 유의태 스승 등 무게감 있는 역할부터,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친근하고 코믹한 ‘야동 순재’의 이미지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연기로 ‘국민배우’로 불렸다.

특히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노년에도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고인은 생의 마지막까지도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을 떠나지 않았다. 유작이 된 KBS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지난해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당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는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정부는 고인이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지난 25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의 나이에 맞춰 마련된 91송이 헌화와 묵념이 끝난 후 운구 행렬은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하며 ‘국민배우’는 영면에 들었다.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