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마라톤 10㎞ 우승자
남자부 1위 김준, 근대5종 선수
여자부 1위 박진희, 은행원
10㎞ ‘뜀의 가치’는?

[스포츠서울 | 여의도=박연준 기자] “많은 사람의 열정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낀 마라톤이었다.”
10㎞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인간이 처음으로 ‘한계’를 체감하는 거리이자, 대중 러닝의 정점에 서 있는 구간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하프마라톤보다 더 값지고, 더 극적이다.
30일 광화문에서 여의도공원까지 이어진 스포츠서울 마라톤 10㎞ 코스는 그 상징 그대로였다. 다양한 직업, 나이,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 도로 위에 섰다. 열정은 기록을 넘어 서울의 아침을 가득 채웠다.


올해 10㎞ 남자부 우승자는 양태은 씨가 32분 54초로 영예의 1위에 올랐다. 2위는 권태민 씨(33분 57초), 3위 임이민영 씨(34분 30초)가 뒤를 이었다.
여자부는 박진희 씨가 39분 41초로 1위를 차지했다. 여성 참가자 중 유일한 ‘30분대 기록’이다. 이어 2위 장문선 씨(41분 11초), 3위 변은주 씨(41분 51초)다.

남자부 김준 씨는 한국체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근대5종 선수다. 지난해 개인전·단체전 1위를 휩쓴, ‘현역 엘리트 선수’다. 시상식 직후 만난 김준 씨는 “시즌 마무리 느낌으로 가볍게 뛰었다. 취미가 뛰는 것이다. 너무 재밌게 잘 뛰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포츠서울 10㎞ 마라톤 코스는 만만치 않았다. 김준 씨는 “지도로 봤을 땐 괜찮았는데, 실제로는 코스가 꽤 힘들더라. 경사 구간이 많다보니, 평소엔 31분대 나오는데 이날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경기보다 사람들에게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30대부터 70대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 러너들을 봤는데, 열정적으로 뛰는 걸 보니,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선수 본업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대회”라고 전했다.

여자부 1위 박진희 씨의 직업은 은행원이다. 평범한 직장인 러너가 10㎞ 정상에 올랐다. 박진희 씨는 “출발 전까지 분명 추웠는데, 막상 뛰기 시작하니 날씨가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너무 좋았다. 날씨 덕에 기록도 잘 나온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여유로운 준비를 위해 새벽 3시에 기상했다. 그는 “아침 먹고 천천히 준비하고 싶었다. 올해 마지막 대회라 몸도 마음도 더 신경 썼다”고 전했다.

광화문~여의도까지 이어지는 서울 도심 미학도 우승의 기억을 장식했다.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 뛰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너무 예뻤고, 뛰는 내내 행복했다”라고 웃었다.
러닝 경력 8년 차다. 박진희 씨는 러닝을 “마음이 맑아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버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 러닝이다. 올해 마지막 대회를 잘 마무리해서 너무 만족한다. 내년에 또 참가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