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그야말로 황당하다. 박나래의 주변에 제대로 된 직언을 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건가.
박나래가 16일 유튜브채널 ‘백은영의 골든타임’을 통해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입장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내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알맹이는 쏙 빠졌다. 해명이라 부를 만한 대목도, 진심 어린 사과도 없다. 했던 말 또 하는 ‘중언부언(重言復言)’에 불과했다.
대중이 간절히 요구한 것은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이다. 하지만 박나래는 정작 논란의 핵심조차 언급하지 못했다. 현재 박나래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전 매니저들을 향한 ‘갑질 의혹’, 일명 ‘주사이모’로 불리는 여성을 통한 ‘불법 의료행위 의혹’이다.
2분 23초 분량의 영상에서 박나래는 ‘갑질’이나 ‘불법 의료행위’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매니저’나 ‘주사이모’ 등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을 거론하지도 못했다.
박나래는 단지 “현재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서 사실 관계를 차분히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 법적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여기서 말하는 ‘현재 제기된 사안’이 대체 무엇인가. 이번 사태를 모르는 대중이 본다면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다.
결정적 패착은 대뜸 “추가적인 공개 발언이나 설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대목이다. 의혹이 사실과 다르면 무엇이 억울하고, 무엇이 허위인지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이다. 대중 앞에 서는 공인이 온갖 의혹에도 해명 의무을 저버린 채 “설명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배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박나래는 “이 사안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할 문제”라며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정과 개인적 판단을 배제하고 절차에 맡겨 정리하기 위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언뜻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전형적인 회피성 화법이다. 의혹이 허위라면 당당하게 “갑질은 없었다”, “불법 의료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면 그만이다. 핵심을 피해 교묘하게 말을 돌리는 식의 대응으로 어떻게 대중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
박나래는 지난 SNS 입장문 당시에도 매니저 논란만 언급하고 불법 의료행위 의혹은 빼놔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두 의혹 모두를 뺀 ‘빈 껍데기 해명’이 된 꼴이다.
영상은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 영상 이후로는 관련 말씀을 드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로 끝을 맺었다. 이런 식의 ‘알맹이 없는’ 영상이 더 큰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인가.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의 따끔한 직언을 귀담아 들었다면, 애당초 이런 논란에 휘말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roku@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