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83패→86패→93패’
최근 3년 연속 꼴찌에 머무른 키움의 패전 수다. 2023년부터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타더니, 올해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90패를 넘기며 주저앉았다. 에이스 안우진이 복귀하지만, 주축 타자인 송성문의 이탈로 반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올시즌 키움은 모든 공수 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개막 전부터 약체로 꼽혔는데, KBO리그 사상 첫 100패가 거론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팀 승률은 0.336에 불과했고, 야심 차게 꺼내든 ‘외국인 투수 1명+외국인 타자 2명’ 카드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수뇌부 교체’라는 초강수까지 뒀으나, 분위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구멍 난 마운드에 발목이 잡혔다. 시즌 후반 라울 알칸타라와 C.C. 메르세데스를 영입해 급한 불은 껐지만, 팀 평균자책점 5.39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설상가상 9월 복귀가 유력했던 안우진마저 불의의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하는 초대형 악재가 겹쳤다. 계획대로 복귀했더라도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키움으로서는 뼈아픈 변수였던 셈이다.

초라한 성적의 팀과 달리 송성문은 맹활약했다. 최근 2년간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송성문은 올시즌 144경기에서 타율 0.315, 26홈런 90타점 2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17로 펄펄 날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타율 3할을 찍었을 뿐 아니라, 개인 첫 번째 20홈런-20도루도 달성했다. 냉정히 말해 ‘탈 KBO급 선수’라고 평가하기에는 지표가 부족하지만, 메이저리그(ML) 샌디에이고행이 확정됐다.
물론 키움이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니다. 이미 시즌 도중 해외 스카우트들이 고척을 찾았고, 송성문도 해외 에이전시를 선임하며 ML 진출은 기정사실화였다. 키움은 송성문과 6년 120억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만약 빅리그로 향할 경우 자동 파기된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송성문의 주 포지션인 3루수 대체자 찾기에도 나섰다. 실제 송성문은 1루와 2루를 오갔지만, 마땅한 자원이 없어 대부분 3루수로 뛰었다. 후보인 어준서, 전태현, 여동욱 등도 당장 주전으로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뒤따랐다. 여기에 새롭게 합류한 안치홍이 주전 3루수로 자리 잡고, 왼손 타자 트렌턴 브룩스가 제몫을 해준다면 본전은 뽑은 격이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만큼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변이 없는 한 안우진은 5~6월 돌아올 예정이다. 그러나 3년 만의 등판인 데다가, 실전 감각 회복이 관건이다. 또한 개개인의 활약만으로는 호성적을 거둘 수 없는 게 야구다. 네이선 와일스와 아시아쿼터 투수 가나쿠보 유토의 약진이 절실한 이유다.

4년 연속 꼴찌 탈출과 사상 첫 100패 갈림길에 선 가운데, 키움의 2026시즌은 ‘모 아니면 도’에 가깝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