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동현 기자] ‘수비가 뭐길래…’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투수는 뒤가 든든해야 던질 맛이 난다. 수비 하나에 승부의 흐름이 바뀐다. 수비가 선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두 번째 풀타임 시즌을 맞는 이정후(28)가 주전 중견수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외야 수비에 골머리를 앓던 샌프란시스코가 27일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외야 수비 장인’ 해리슨 베이더(32)를 모셔왔다.

KBO리그에서 다른 건 몰라도 수비 하나는 끝내줬던 KIA 김호령(34)이 2025시즌 마침내 타격에 눈뜨며 주전을 꿰찼다. 디펜딩 챔피언 LG 수비의 중심 박해민(36)은 세월을 거슬러 꾸준함과 건강함을 증명하며 FA 대박을 이어갔다.

◇‘바람’의 각성

-메이저리그 2025시즌 DRS(Defensive Runs Saved) -18

-메이저리그 2025시즌 OAA(Out Above Average) -5

이정후는 데뷔 첫해인 2024년 어깨 부상으로 37경기 만에 시즌을 접었다. 지난해 풀타임을 뛰며 150경기 타율 0.266(팀 내 1위) OPS 0.734 8홈런 55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공격은 그런 대로 성과를 냈으나 생각지도 못한 수비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수비로 막아낸 득점’을 뜻하는 DRS -18,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인 OAA -5에 그치며 최악의 중견수로 평가받았다. 수비 범위가 좁다는 혹평과 함께 타구 판단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9월 27일 콜로라도전에선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관중석으로 공을 던져 MLB닷컴 선정 ‘올해의 황당 실수’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굴러온 돌’ 해리슨 베이더가 ‘바람의 손자’ 이정후를 우익수로 밀어낼 거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각성한 이정후는 비시즌에 이를 갈고 수비 훈련을 했다. 지난해 보살 7개를 낚은 강한 어깨는 그대로다.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호령존’ 호타

-2025시즌 105경기 타율 0.283 OPS 0.793 장타율 0.434

-2015~2025 통산 타율 0.245 OPS 0.674 장타율 0.355

수비 원 툴 선수로 잊혀가던 ‘호령존’ 김호령이 지난 시즌 타격에서 커리어하이를 찍으며 야구 인생 역전타를 쳤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102순위(최하위 지명)로 턱걸이해 KBO리그에 취업한 그였다. 발 빠른 수비형 중견수로 데뷔 뒤 2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장할 만큼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수비에 견줘 공격력이 받쳐주지 않으며 점차 대수비로 역할이 축소됐다.

그러다 지난해 5월 1군 콜업 뒤 타격 폼을 바꾼 게 반전의 시작이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오픈 스탠스를 버리고 클로즈드 스탠스로 나섰다. 타구에 부쩍 힘이 실리며 생애 첫 멀티포와 만루홈런을 쐈다.

지난 시즌 딱 2일 차이로 FA 자격을 놓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올해도 지난해처럼만 능력을 보여주면 주전 자리는 물론이고 꿈에 그리던 FA 대박도 현실이 된다. 요즘 귀하디귀한 중견수다.

◇‘트중박’ 대박

-2025시즌 144경기 타율 0.276 OPS 0.725 49도루

-2013~2025 통산 타율 0.284 OPS 0.731 460도루

박해민은 2021시즌 뒤 첫 번째 FA를 행사해 4년 60억 원을 받고 삼성에서 LG로 둥지를 옮겼다. 이번 두 번째 FA 땐 4년 65억 원으로 오히려 몸값이 5억 원 더 뛰었다. 체력 소모가 많은 외야 센터라인을 책임지면서도 8시즌이나 전 경기 출장하며 ‘철강왕’의 단단함을 자랑한 것도 연속 대박의 발판이 됐다.

넓은 수비 범위, 타구 판단력, 주력을 모두 갖춘 그가 드넓은 잠실구장을 안방 삼은 건 신의 한 수였다.

“‘트중박’(트윈스 중견수 박해민) 성심당 출입 금지”

지난 시즌 정상 자리를 놓고 다툰 한화와의 경기에서 유독 호수비가 많아 대전 팬의 원성을 샀다.

게다가 그의 빠른 발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삼성 시절인 2015~2018년 4시즌 연속 도루왕에 올랐고, 2014~2025년 12시즌 연속 20도루를 기록할 만큼 꾸준하다. 올 시즌 40개를 더 훔치면 전준호 이종범 이대형에 이어 KBO리그 통산 네 번째로 500도루 고지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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