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겨울철 호텔가의 효자 상품인 ‘딸기 뷔페’가 돌아왔다. 하지만 달콤한 딸기 향기 뒤에는 씁쓸한 상술이 숨어 있다. 올해 딸기 작황 호조로 원물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특급호텔들의 뷔페 가격은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15만 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이른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에 의한 물가 상승)’이 호텔업계 전반에 만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딸기는 싸졌는데...” 명분 약한 가격 인상

27일 유통 및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특급호텔의 딸기 디저트 뷔페 가격은 전년 대비 10~30%가량 일제히 치솟았다.
롯데호텔 서울의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는 성인 1인 기준 가격이 지난해 14만 5000원에서 올해 15만 원으로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베리 베리 베리’는 10만 5000원에서 13만 5000원으로 무려 30% 가까이(28.5%) 인상됐다. 인터컨티넨탈, 서울드래곤시티 등 주요 호텔들도 일제히 10만 원 선을 돌파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의 명분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월 중순 기준 딸기(특/2kg) 도매가격은 2만 원대 중반으로, 생산량 급감으로 ‘금딸기’ 파동을 겪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이상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외식업계 가격은 식자재 원가에 연동된다. 하지만 호텔업계는 원가 하락기에도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텔 측은 “딸기 원물 가격은 전체 비용의 일부일 뿐”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전기·가스료 인상, 그리고 케이크와 디저트에 들어가는 우유, 버터, 생크림 등 유제품 가격 폭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항변한다.
◇ “가격 안 올리면 2류 호텔 취급”... 위험한 키 맞추기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원가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 심리’가 가격 결정의 핵심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급호텔 한 관계자는 “호텔 뷔페 가격은 식자재 원가보다는 경쟁 호텔의 가격 책정과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타 호텔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가격을 동결할 경우, 자칫 ‘급’이 낮은 호텔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키 맞추기’식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격이 오를수록 과시욕으로 인해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 ‘욕하면서 먹는다’… 스몰 럭셔리가 만든 기형적 시장
실제로 호텔들의 고가 정책이 유지되는 배경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가 버티고 있다. 불황으로 인해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 같은 거액의 소비는 줄이는 대신, 한 끼 식사나 디저트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1인당 15만 원이라는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요 호텔의 주말 딸기 뷔페 예약은 2월 말까지 거의 마감된 상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호텔 입장에서는 굳이 가격을 낮출 유인이 없는 구조다.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은 소비자들이 ‘스몰 럭셔리’ 열풍에 취해 지갑을 열고 있지만, 가격 인상 폭에 비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체감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외면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