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노래에도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K팝이다. K를 뗀 K팝이 미국 내 음반 주류 시장에 안착했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가 남긴 가장 큰 시사점은 트로피의 향방보다 ‘K팝의 위상’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신인상 후보에 오른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와 5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골든(Golden)’은 K팝이 특정 국가의 음악 장르를 넘어, 하나의 ‘글로벌 표준 제작 시스템’으로 진화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 ‘K(Korea)’ 떼고 ‘시스템’으로 승부
이번 그래미에서 주목받은 캣츠아이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의 공통점은 기존 K팝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캣츠아이는 한국인 윤채를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다. ‘골든’ 역시 가상 걸그룹과 애니메이션이라는 콘텐츠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대부분이 영어 가사로 불린다. 한국어 가사의 비중은 미미하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한국 기획사 특유의 ‘육성 시스템’과 ‘기획력’이다. 연습생 트레이닝부터 시각적 디렉팅, 팬덤 플랫폼 운영, 뮤직비디오까지, K팝 성공 시스템을 현지 인재와 콘텐츠에 이식하는 전략이 그래미라는 보수적인 시장에서도 통한 셈이다.
◇ 그래미, K팝을 ‘글로벌 팝의 한 갈래’로 인정
그동안 서구권 음악계는 K팝을 “한국에서 온 보이그룹 혹은 걸그룹 음악”이라는 지역적 하위 장르로 취급해 왔다. 방탄소년단이 무려 다섯 번이나 그래미의 문을 두드음에도 무관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그래미의 선택은 달랐다.
한국인이 없는 캣츠아이를 ‘베스트 뉴 아티스트(신인상)’ 후보에 올리고, 가상 그룹의 노래인 ‘골든’을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한 것은 K팝을 더 이상 ‘지역 음악’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수년 전부터 강조해 온 “K(Korea)를 떼야 K팝이 산다”는 K팝 확장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캣츠아이와 ‘골든’이 그래미에 입성한 것만으로도 K팝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그래미 어워즈는 K팝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한 시상식”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