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리그 무명에서 사직의 히트상품으로
흙범벅 유니폼, ‘초심’ 잃지 않는다
“목표는 오직 개막 엔트리와 풀타임 1군”
독립리그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서울 | 타이난=박연준 기자] “1년 전 오늘요?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게 전부였죠. 지금 이렇게 대만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1년 전 오늘, 고깃집 아르바이트와 야구를 병행하며 불투명한 미래와 싸우던 청년은 이제 거인 군단의 내야를 짊어질 당당한 ‘희망’이 되었다. 독립리그 출신 육성 선수의 신화를 쓰고 있는 박찬형(24)의 야구에는 지독한 현실을 이겨낸 뜨거운 낭만이 있다.
지난시즌 롯데가 발굴한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박찬형이다. 배재고 졸업 후 프로 미지명의 아픔을 겪고 독립리그(연천 미라클, 화성 코리요)에서 기량을 닦던 그는, 야구 예능 ‘불꽃야구’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지난해 5월 롯데에 육성 선수로 전격 입단했다. 입단 한 달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48경기에서 타율 0.341, OPS 0.923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기며 사직구장을 열광케 했다.

생애 첫 해외 전지훈련 참가다. 대만 타이난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설렘과 책임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야구로 해외에 나와본 것 자체가 처음이라 모든 게 색다르다. 작년에 반시즌 정도 뛰면서 내가 가야 할 방향성을 확실히 잡은 것 같다. 힘들다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실력을 늘려 즐겁게 야구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기적 같은 활약은 파격적인 연봉 인상으로 이어졌다. 최저 연봉인 3000만 원에서 시작해 올시즌에는 83.3%가 오른 5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인생 역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수치지만, 그는 의연했다. “연봉은 구단에서 주시는 대로 감사히 만족하고 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연봉 수치보다 1군에서 내 자리를 확실히 뿌리내리는 것”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타이난 캠프에서 박찬형의 유니폼은 매일 같이 흙먼지로 뒤덮인다. 수비가 약점이라는 지적을 지워내기 위해 내야 모든 포지션에서 펑고를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코치진 사이에서는 “마무리 캠프 때보다 수비 움직임이 훨씬 좋아졌다”는 호평이 쏟아진다. 스스로도 “2루와 3루를 오가며 송구 부담과 활동량의 차이를 익히고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수비 훈련량을 더 늘려 안정감을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훈련량은 독립리그 시절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그는 오히려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독립리그 때는 야구와 생계를 위해 일을 병행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지 않나. 이 감사함을 알기에 훈련이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진심이다.

지난시즌 반짝 활약에 그치지 않고자 한다. 1군 무대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는 ‘풀타임 선수’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우선 개막 엔트리에 드는 것이 첫 번째고, 시즌 끝까지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