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시즌3’에서 배우 전수경이 처음으로 아버지의 깊은 속마음을 마주했다. 언제나 밝고 유쾌했던 97세 아버지는, 자식 둘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시간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고, 딸 전수경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베트남전까지 겪은 전수경의 아버지는 살아 있는 한국 근현대사다. 그는 9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그의 하루는 활력이 넘쳤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고관절 스트레칭과 허리 운동까지 거침없이 소화했다.

노래방 기계를 켜고 무대 매너까지 갖춘 공연을 선보이며 “노래 부르는 순간에는 잡념이 없다. 음악만 있으면 세상 다 필요 없다”고 말했다. 임형주는 “저보다 더 건강하시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전수경이 이날 방송을 통해 가장 알고 싶었던 건 아버지의 건강 비결이 아니었다. 전수경은 “어릴 적 가족사진을 보다가 오빠들 사진을 처음 제대로 보게 됐다”며, 밝기만 했던 아버지의 삶 뒤에 감춰진 시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에 아버지는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을 꺼냈다.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물웅덩이에서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 그리고 뇌염으로 떠나보낸 둘째 아들. 그는 “땅을 쳐봐야 소용이 있겠냐. 통곡하고 날뛰다 겨우 진정됐지만, 그땐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왜 그렇게 병마가 많았는지…세상도 원망하고 땅을 쳐도 북을 쳐도 소용이 있겠냐”며 말을 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한혜진은 “누가 그 마음을 헤아리겠냐”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전수경 역시 처음 듣는 아버지의 고백 앞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는 끝내 자신이 바라는 단 하나를 전했다. “딸하고 잘하고 못하고 그런 거 없이, 시간을 즐겁게 함께 보내는 걸 바란다.” 대단한 소원도, 보상도 아니었다. 함께 웃고 밥 먹고 하루를 보내는 시간, 그 평범한 바람 앞에서 전수경의 눈시울은 조용히 붉어졌다. kenny@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