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보다 움직임 좋다” 나승엽 3루 수비
한동희는 1루 병행
최상의 라인업 구축 위한 ‘실험’

[스포츠서울 | 타이난=박연준 기자] 롯데 내야진에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의 1루수로 여겨졌던 나승엽(24)이 3루 미트를 끼고, 거포 3루수 한동희(27)가 1루 베이스를 지킨다. 지난시즌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던 롯데 수비력이다. 올시즌 ‘수비 효율’을 위한 김태형(59)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다.
나승엽은 지난시즌까지 롯데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타격 잠재력을 뽐냈다. 정교한 타격 솜씨는 1루수라는 포지션 특성과 잘 어우러지는 듯했다. 그러나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에서 나승엽의 위치는 1루가 아닌 3루였다. 고교(덕수고) 시절 주 포지션이었던 3루수로 돌아가, 연일 강도 높은 펑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파격적인 실험의 배경에는 ‘공수 엇박자’ 해소라는 과제가 있다. 지난시즌 롯데의 팀 타율은 0.267로 리그 3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실책은 100개에 달해 리그 7위에 그쳤다. 방망이 힘은 충분하나, 수비 힘이 부족해 이길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나승엽의 3루 활용 가능성에 대해 “한번 해보라고 지시했는데, 발 움직임이나 수비 메커니즘이 오히려 1루에 있을 때보다 더 경쾌해 보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1루에서는 다소 정적인 움직임에 그쳤다면, 먼 거리를 송구해야 하고 발놀림이 중요한 3루에서 나승엽의 운동 능력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승엽이 3루로 이동하면서 한동희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맞이했다. 한동희는 현재 1루 수비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는 말 그대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간이다. 나승엽이 3루에서 안정감을 보여주고 한동희가 1루에서 ‘거포 본능’을 유지한다면, 롯데는 내야진 운영에서 엄청난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내야 수비가 흔들리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하다. 두 선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롯데는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털어내고 투수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수 있다.
시즌 전력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만 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롯데다. 이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제 색깔을 찾고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8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잔혹사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타이난 뙤약볕 아래서 포지션을 맞바꾼 두 영건의 땀방울. 사직의 가을을 부르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