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지난해 10월 넷플릭스에 공개돼 시선을 끈 ‘더 로열패밀리(The Royal Family)’는 지난 2019년 JRA(일본중앙경마회) 마사문화상을 수상한 작가 하야미 카즈마사의 동명 소설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쿠리스 에이지 역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를 비롯해 마주 역할의 사토 코이치, 쿠로키 히토미 등 일본을 대표하는 명배우가 대거 출연해 평균 시청률 10.6%를 기록했다.

‘말 자체가 아니라 그 말 뒤에 있는 사람을 믿고 투자한다’는 원칙을 가진 마주 산노 고조는 단순히 부유한 마주가 아니라 사람과 말의 관계에 대한 깊은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주인공 쿠리스 에이지는 한 기업의 의뢰로 경마 사업부의 재무구조 점검을 위해 말의 세계에 들어서는 세무사다.

처음엔 경주마를 비용이 많이 드는 리스크 자산쯤으로 여겼으나 조사를 위해 방문한 홋카이도 히다카 목장에서 경마산업이 단순한 승부의 세계가 아닌 사람과 말, 지역과 시간이 얽힌 생태계임을 깨닫는다.

작품 중심엔 스타 경주마가 아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여러 마리의 말과 사람의 얘기가 병렬적으로 배치된다. 기대를 모았으나 성적을 내지 못한 말,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말, 오랜 기다림 끝에 뒤늦게 주목받는 말 등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마생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야기는 일본경마 최고 무대인 ‘아리마키넨(有馬記念)’ 도전과 함께 고조되지만, 클라이맥스는 우승 장면이 아니다.

극중 경주마 이름이자 경마산업에 헌신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중의적인 의미의 ‘더 로열 패밀리’. 그들은 화려한 승리를 찬미하지 않는다. 지속성과 책임을 일관되게 보여주며 말산업에서 ‘로열 패밀리’란 혈통이나 거대 자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생애 전체를 돌보는 사람의 집함임을 조용히 정의한다.

이 드라마는 동물과 사람의 우정이나 역경을 뛰어넘은 감동 스토리만을 담고 있지 않다. 한국의 말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경마산업과 말산업의 선봉에 서 있는 한국마사회는 2014년 말보건복지위원회를 출범한 이래 말복지 인식 개선 및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서울·부산경남 마주협회와 공동으로 100억 원 규모의 ‘더러브렛 복지기금’을 조성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말 보호 모니터링센터 운영, 부상마 수술·재활 지원 등을 통한 맞춤형 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의 복지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산업동물의 생애 전반을 관통하는 체계적 관리와 인도적 처우로 현실적인 기틀을 잡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경주마가 초보 기수의 훌륭한 교본이자 파트너가 돼 주는 것처럼 은퇴마가 승마용 마필로 전환돼 사람과 호흡하며 활기찬 여생을 보내도록 하는 전환 훈련에 집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각자 잣대가 아닌 현실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말복지가 점진적으로 추진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말산업의 근간이 바로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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