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임재청 기자] 시속 200km로 하늘을 가르는 FPV(1인칭 시점) 드론 레이싱이 ‘크기’라는 해법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한국드론진흥협회(KODA)가 기존 소형 기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1~1.2m급 대형 FPV 드론 레이싱 대회를 2026년 가을 선보일 예정이다.

FPV 드론 레이싱은 조종사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화면을 고글로 보며 1인칭 시점으로 비행, 장애물 코스를 최단 시간 내 통과하는 경기다. ‘하늘 위의 F1’으로 불릴 만큼 속도감과 몰입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지금까지는 200~300mm급 소형 기체가 주류를 이뤄 현장 관중이 기체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따라가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한국드론진흥협회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기존보다 약 4~5배 커진 1~1.2m급 대형 기체를 대회 표준으로 도입해, 관중석에서도 드론의 비행 궤적과 배틀 구도를 명확히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오석봉 KODA 회장은 “그동안 FPV 드론 레이싱은 조종사와 중계 화면 중심의 스포츠였다면, 이제는 관중이 직접 ‘보는 스포츠’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형 기체를 통해 레이싱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현장에서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형 기체 도입은 관람 경험뿐 아니라 연출과 산업적 확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프로펠러가 가르는 공기 소리와 커진 실루엣은 전투기 기동을 연상시키는 현장감을 만들어내고, 넓어진 기체 프레임은 기업 로고 노출과 LED 연출에 유리해 스폰서십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적재 중량 증가로 고해상도 카메라와 안정적인 송수신 장비 탑재가 가능해져, 보다 몰입감 있는 중계 환경 구축도 기대된다.

대형 드론 레이싱의 가능성은 이미 국내에서 한 차례 검증된 바 있다. 2019년 하동에서 열린 ‘드론 슈퍼 레이스’에서는 1m급 대형 드론이 해상 장애물을 통과하는 경기가 펼쳐졌고, 2025년 포천 한탄강 세계드론제전에서도 대형 드론이 협곡을 질주하며 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글로벌 시장 역시 성장세다. FPV 드론 레이싱은 차세대 모터스포츠로 주목받으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해외에서는 전문 리그를 중심으로 중계, 광고, 스폰서십이 결합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모델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드론진흥협회는 현재 새로운 대회 참가 규정과 기체 부품 기준을 정리 중이며, 안전 규정과 경기 포맷도 함께 고도화하고 있다. 오석봉 회장은 “작은 기체에 갇혀 있던 FPV 드론 레이싱을 진정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1~1.2m급 거대한 드론들이 하늘을 가르는 장면은 단순한 경기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늘 위의 포뮬러 원(F1)’으로 불리는 FPV 드론 레이싱이 대형 기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단 순간, 2026년 가을 하늘을 향한 시선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pensier3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