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김상겸(37·하이원)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길 것으로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애초 ‘배추보이’ 이상호(넥센윈가드)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호는 2018 평창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주인공이다. 또 이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초전’으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메달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이상호는 16강에서 탈락했다. 반면 김상겸은 8강에서 이번시즌 월드컵 랭킹 1위인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를 꺾는 ‘대이변’을 만들어내며 끝내 포디움까지 올랐다.
김상겸은 초등학생 때 육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천식으로 고생한 아들의 건강을 되찾기 위한 부모의 권유였다. 그러다가 봉평중학교에 스노보드부가 생기면서 체육 교사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접했다. 곧 그의 ‘인생’이 됐다.
열악한 조건에도 김상겸은 두각을 보였다. 지난 2011년 튀르키예 에르주름에서 열린 동계 유니버시아드 평행 대회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스노보드 사상 국제무대 첫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신봉식과 2014 소치 대회에 출전, 올림픽 무대를 처음 경험했는데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 종목에서 모두 예선 탈락했다. 이어 고향 땅에서 열린 2018 평창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선에 올랐으나 16강에서 물러났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는 예선 24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상겸은 실업팀에 들어가기 전까지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막노동까지 한 것으로 유명하다.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따낸 은메달은 김상겸이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결과물인 셈이다.
김상겸은 “스노보드는 내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해쳐 나갈 일이 많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37세는 운동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나, 스노보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김상겸과 결승에서 맞붙어 대회 2연패에 성공한 벤자민 카를(오스트리아)은 40세이고, 8강에서 만난 피슈날러는 45세다. 그만큼 경험과 노련미가 중요한 종목 중 하나다. 어쩌면 김상겸의 질주는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beom2@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