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 회장의 질문, 올림픽은 젊어질 수 있을까
동계올림픽과 e스포츠의 결합, 선택 아닌 전략
e스포츠 스타 ‘페이커’, 글로벌 문화 아이콘
“IOC에 한 번 제안해보겠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젊은 세대가 열광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에 선출된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밀라노에서 강조한 말이다. 수식도, 완곡한 표현도 없었다. 정확히 맥을 짚은, 강한 의지였다.
이는 ISU가 선언한 ‘뉴 DNA’와 연결된다. ‘영감을 주고, 지원하며 멈추지 않는다(Inspiring Supportive Unstoppable)’는 철학이다. 이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로 이어진다.
김 회장은 “빙상은 인기 종목이지만, 거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빙상 종목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올림픽 전체를 향한 질문이다.

올림픽과 e스포츠,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IOC는 이미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 창설을 공식 의제로 올려놓았다. 개최지와 운영 모델을 둘러싼 국제 경쟁도 곧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종목 추가가 아니다. e스포츠가 올림픽이라는 브랜드를 입는다.
e스포츠의 강점은 분명하다. 공간도, 계절도 가리지 않는다. 인터넷과 플랫폼만 있다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반면 동계올림픽은 종목 수가 적고,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붙잡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 지점에서 ‘어쩌면 가능한’ 상상이 펼쳐진다. 동계올림픽과 e스포츠를 함께 치르면 어떨까.

지난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NH호텔 콩그레스센터 내 ‘홈 오브 스케이팅’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동계올림픽과 e스포츠의 결합’에 대해 얘기했다. 김 회장은 “좋은 의견이다. IOC에 한 번 제안해보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답변이 아니다. 그는 ISU 회장 취임 이후 판정 시스템 개혁, 기술 도입, 연출 혁신 등 ‘보는 스포츠’로서 빙상을 바꾸는 데 실천해온 인물이다. “올림픽 전체가 더 재미있어지고, 더 많은 사랑을 받게 하는 것.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김 회장의 말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언어에 가깝다.

우리는 ‘페이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페이커’ 이상혁(30·T1)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스포츠 스타를 넘어 글로벌 문화 아이콘이다.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반면 동계올림픽의 다수 종목은 젊은 세대에게 낯설다. 규칙은 어렵고, 접근성은 낮다. 관심을 요구하지만, 스스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래서 둘의 결합은 타당한 전략일 수 있다. 올림픽은 정통성과 스토리가 있다. e스포츠는 젊은 세대의 시간과 시선을 장악하고 있다.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구조다.
물론, 별도의 e스포츠 올림픽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과 결합은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전통 vs 혁신’이 아니다. ‘전통의 확장’이다. 올림픽은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다시 설레야 한다. 젊은 세대가 환호하지 않는 올림픽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