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류승완 감독의 이야기는 명쾌하다. 또 익숙하다. 무기는 속도다. 힘 있게 밀어붙이는 게 장기다. 특유의 힘으로 관객을 몰아붙이며 딴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뻔할 것 같은 순간에도 한발 빨리 다음 장면을 던져버린다. 관객은 멱살 잡힌 채 정신없이 끌려간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질 때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몰아붙일 때 빛나는 감독이다.

신작 ‘휴민트’도 빠르고 재밌다. 남과 북, 이념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외로움과 불안을 다뤘다. 서로 의심하고 싸우는 과정 속에서 결국 사랑을 말한다. 진한 멜로를 다루면서 짙은 눈빛 대신 액션이 앞선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거세했다. 액션으로 감정을 보여주고, 남은 여백은 관객이 채우게 만든다. 그렇게 묵직한 뒷맛을 남긴다.

‘휴민트’는 전작 ‘베를린’과 닮은 점이 많다. ‘베를린’이 아내를 의심한 미안함에 목숨 걸고 아내를 구하는 표종성(하정우 분)의 이야기였다면, ‘휴민트’는 다시 만난 연인(신세경 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거는 요원 박건(박정민 분)의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남한은 관찰자로 머물며 장르적인 재미를 높인다.

영화는 쉼 없이 달려간다. 주인공이 고민에 빠져 멍하니 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사건이 터지면 인물은 곧바로 움직인다. 여러 관계가 얽히는 동시에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진다. 류 감독이 던진 그물에 걸려 쭉 끌려가다 보면 어느새 도착지에 와 있다

국내에서 가장 액션을 잘 만든다는 평가는 이번에도 통한다. 타격 액션부터 단검, 총기까지 총망라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현실감도 없을 뿐더러, 다른 액션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총기 액션으로 박진감을 끌어냈다.

비결은 위치다. 누가 어디서 총을 쏘는지 알려주기 위해 적절하게 풀샷과 시선샷을 넣었다. 카메라가 확실히 보여주니 관객도 그 싸움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 든다. 많은 감독이 총기 액션에서 놓친 대목이다. 액션의 기본을 정확히 지키는 류 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

마무리도 깔끔하다. 절정에서 터진 뜨거운 감정을 몇 개의 장면으로 담백하게 정리한다. 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사건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닫힌 결말’이다. 복잡한 해석을 싫어하는 관객에게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그렇다고 메시지가 가볍지도 않다.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관객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류승완 감독은 위기에 강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라 극장이 무너지고 있던 때에 ‘모가디슈’를 꺼냈고, 팬데믹이 끝나 회복세가 미진하던 때에 ‘밀수’로 분위기를 반전했다. ‘베테랑2’로 명절 대목의 붐을 일으켰다. 여전히 위기가 극심한 한국 영화계에 ‘휴민트’를 내놨다. 작품이 가진 매력이 깊기에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