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오모 광장 오픈 런 체험기

‘밀로’, ‘티나’에 울고 웃는 밀라노

2시간 줄 섰는데 결국 ‘빈손’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사라진 티나와 밀로를 찾습니다.”

알람을 평소보다 일찍 맞췄다. 목적지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심장부, 두오모 광장. 목표는 단 하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 ‘밀로’와 ‘티나’를 찾기 위해서다.

오전 8시 40분. 지하철을 타고 달려간 메인미디어센터(MMC) 공식 스토어 앞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설마’했지만, 줄은 밀라노 대성당까지 이어졌다. 스토어는 오전 10시에 연다. 체감 대기 시간은 약 2시간. 대성당을 배경으로, 인형을 향한 ‘오픈 런’이 시작됐다.

약 2시간이 지난 10시 40분, 마침내 스토어에 입장했다. 매장 안은 머그컵, 티셔츠, 신발, 키링, 핀 등 올림픽과 마스코트 굿즈로 가득했다. 여기에 홈팀 이탈리아 유니폼까지. 그러나 정작 ‘밀로’와 ‘티나’는 보이지 않았다. 봉제 인형 코너에는 또 다른 마스코트인 눈풀꽃 요정 ‘플로’만이 인사를 할 뿐이었다.

스토어 관계자에게 티노와 밀로 인형을 묻자, “이틀째 안 들어왔다. 들어와도 물량이 적어 금방 다 팔린다. 나도 티노와 밀로를 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들어오느냐는 질문엔 “보통 오픈 전에 들어오긴 하는데,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 내일 다시 노력해봐라”며 고개를 저었다.

웃으며 건넨 말이었지만, 사실상 ‘운에 맡겨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았다. ‘티나’와 ‘밀로’는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 서식하는 유럽소나무담비를 모티브로 한 남매 마스코트다. 티나는 코르티나에서, 밀로는 밀라노에서 이름을 따왔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상징한다.

가격은 15유로(한화 약 2만5700원)에서 60유로(약 10만 2000원) 선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 오히려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래도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인형이 있어야 산다.

현지 방문객들 사이에선 “밀로와 티나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메달을 따는 것 뿐이다”라는 농담도 돌고 있다. 실제로 포디움에 오르는 선수들에겐 인형이 함께 전달된다. 경기장에선 선수들이 밀로와 티노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는다.

실제로 공식 스토어에서 만난 메이슨(37·미국)씨는 “사랑하는 딸이 티나와 밀로 인형을 갖고 싶어 해서 벌써 세 번째 (공식 스토어를) 왔다. 티나를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며 “가장 작은 인형이라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 마스코트 품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선 판다 ‘빙둔둔’이 대란을 일으켰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선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이어졌다. 당시 한복 수호랑은 1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품절됐다. 밀라노도 다르지 않다. 이번엔 담비다.

두오모 광장을 나오며 다시 매장을 돌아봤다. 여전히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오늘 처음 줄을 섰을 것이고, 누군가는 어제 실패하고 다시 왔을 것이다. 인형 하나에 왜 이렇게 열을 올리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올림픽은 순간이고, 마스코트는 그 순간을 손에 쥘 수 있는 가장 작고 확실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내일 다시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 밀라노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존재는 메달리스트가 아니라 ‘티나’와 ‘밀로’라는 사실이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