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최가온, 韓 설상 종목 첫 올림픽 금메달
추락 두려움 이겨낸 비결은? ‘승부욕’
“제2의 최가온 위해 스노보드 환경 개선돼야”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승부욕 엄청 강합니다.”
겉으로 보면 수줍은 18세 소녀다. 웃을 때는 아직 학생 티가 난다. 그런데 파이프 위에 서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여린 얼굴 속, 사자의 심장을 갖고 있다. 알고 보니 ‘깡’이 남다른 챔피언이었다. 대한민국 설상 종목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가온(18·세화여고)의 얘기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우상 클로이 김(미국·88.00점)을 넘고 정상에 섰다.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비결을 묻자, 최가온은 “원래 겁이 없는 편이다. 내 승부욕이 겁을 이기는 것 같다”면서 “어린 시절부터 언니, 오빠와 함께 자라며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커졌다. 승부욕도 세졌다”고 밝혔다.

그 승부욕은 리비뇨의 폭설 속에서 진짜 힘을 발휘했다. 1차 시기 추락.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의료진은 들것을 준비했다. 그 순간 최가온은 코치에 “나는 무조건 뛸 것”이라고 했다. 당시 코치는 “너 걷지도 못한다. DNS(Do not start)를 하자”고 만류했다.
잠시 2차 시기를 포기할까도 했다. 마음을 다잡았다. 움직이지 않던 다리에 힘이 돌아왔다. 그리고 결정을 번복하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최가온은 “넘어졌을 때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3차 시기. 스위치 백사이드 등 5개 기술을 완벽히 성공시켰다.

흥미로운 고백도 했다. 그는 “사실 경기를 시작하면서는 나도 모르게 클로이 언니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무 존경하는 사람이다. 기쁘기도 했는데 서운함도 들었다. 그냥 마음이 그랬던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제 열 여덟이다. 아직 두 번, 세 번의 올림픽 출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제2의 최가온’을 위해 비인기 종목, 열악한 스노보드 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가온은 “한국엔 하프파이프가 하나뿐이고 완벽하지 않다. 일본엔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가 있는데, 한국에도 생겼으면 좋겠다”며 “스노보드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부상 없이 즐기면서 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락의 두려움에도 출발대에 올라선 결단, 우상을 넘어선 담대함, 그리고 ‘무조건 뛴다’는 의지까지. 최가온은 마냥 여린 챔피언이 아니다. 두려움을 이기는 승부욕, 그것이 18세 금메달리스트의 진짜 얼굴이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