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리, 쇼트트랙 여자 1000m 동메달

‘여제’ 최민정과 포옹하며 ‘뜨거운 눈물’

자신감 얻은 김길리, 1500m·3000m 계주 메달 ‘정조준’

“정말 열심히 달리겠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김길리(22·성남시청)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렀다. 값진 동메달의 기쁨이었고,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그리고 다가간 사람은 ‘여제’ 최민정(28·성남시청)이다. 최민정이 “수고했다”며 김길리의 등을 다독였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김길리는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8초614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여섯 번째 메달이다.

이날 결승 레이스는 쉽지 않았다. 5위로 출발한 그는 초반부터 치열한 자리 싸움에 휘말렸다. 코트니 사로(캐나다)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앞선을 형성했고, 김길리는 차분히 기회를 노렸다. 4바퀴를 남기고 3위로 올라섰고, 2바퀴를 남긴 시점에서는 과감하게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 순간, 경기장이 술렁였다. 그러나 크산드라 펠제부르(네덜란드)의 막판 스퍼트를 끝내 버텨내지 못했고, 힘 싸움에서 밀리며 3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넘어지지 않겠다’는 다짐 하나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길리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 가족들이 너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며 “정말 좋아하는 (최민정)언니가…”라며 최민정과의 포옹을 따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감정을 추스린 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언니가 이렇게 축하해줘서 너무 기뻤다. 다들 잘 탔다고 해줘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첫 올림픽에서 마침내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길리는 “생각보다 무겁다. 그런데 그래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 레이스에서 그는 한때 1위까지 올라섰다. 그는 “선두로 나갔을 때는 너무 기뻤다. 그런데 펠제부르 선수가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최대한 안 넘어지려고,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올림픽은 4년에 한 번뿐인 무대다. 김길리는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라서 후회 없이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힘줘 말했다.

값진 동메달이다. 단순한 3위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넘어질 뻔한 순간들을 버텨냈고, 부딪힘 속에서도 중심을 지켰으며, 결국 시상대에 올랐다. 또 가장 좋아하는 언니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앞서 혼성 계주에서 넘어지며 아쉬움도 삼켰지만 김길리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동메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1500m와 3000m 계주가 남았다. 김길리는 “1000m 끝나고 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18일 계주가 있는데 자신 있게 하면 될 것 같다”며 “1500m도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제 정말 열심히 달리면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