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다른 모습 보인 더닝
더닝 “야구는 이런 것”
마이애미서 그의 활약 더 기대 된다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비난의 화살을 찬사로 바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날의 뼈아픈 실점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마운드에 선 데인 더닝(32·텍사스)이 자신의 팔에 새겨진 ‘같은 피’의 의미를 투구로 증명해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최종전에서 호주를 6-1로 꺾고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7회, 마운드에 올라 호주 타선을 잠재운 이는 바로 더닝이었다.
사실 더닝에게 이번 대회는 가시밭길과 같았다. 전날 대만전에서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허용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과연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인가’라는 근본적인 의구심까지 고개를 들던 상황. 더닝은 실력으로 그 모든 잡음을 잠재웠다.

호주전 7회초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이닝 동안 1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완벽한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전날의 잔상은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투구였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야구는 원래 흐름이 돌고 도는 게임이다. 어제는 좋지 않은 쪽에 있었지만, 오늘은 운 좋게 좋은 쪽의 결과를 얻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 반등의 계기가 됐다. “대만전 내 퍼포먼스에 대해 스스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고 고백하며 “오늘은 그 화를 마운드 위에서 털어버리고 오직 내 역할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태극마크를 단 ‘푸른 눈의 태극전사’에게 대표팀 생활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 팀은 정말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과 노련한 베테랑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다”며 “함께 뛰는 것 자체가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도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더 설레게 한다”고 웃어 보였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대만전의 아픔을 겪고 일어선 더닝의 가세는 마이애미로 향하는 류지현호에 든든한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같은 피’의 울림이 도쿄를 넘어 미국 본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