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ㅣ이승무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총리실 산하 민관협의체인 반려동물 정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반려동물을 둘러싼 정책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맡아온 기존 동물보호·복지 업무는 유지하되, 여러 부처에 걸친 반려동물 관련 정책은 총리실이 조정하는 구조를 세우겠다는 게 핵심이다. 첫 회의에서는 반려동물 음식점 출입 문제, 국가봉사동물 복지 증진, 반려동물 가족의 복지시설 입소 시 남겨진 동물 돌봄 방안 등이 논의됐다. 반려동물 문제가 더 이상 특정 부처의 산업·관리 사무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화한 셈이다.
이 대목에서 읽혀야 할 변화는 분명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시작된 것은 펫산업의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펫 사회’로의 이동이다. 그동안 반려동물 정책이 위생, 질병, 등록, 산업 진흥 같은 관리 중심 의제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가족, 복지, 공존, 갈등 조정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반려동물을 소비와 시장의 대상으로 보던 시선을 넘어, 사람의 삶과 정서, 생활공간과 제도에 실제로 결합된 사회적 존재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책 의제의 변화는 현장에서 곧바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려동물 동반 식당 허용 이후 나타난 ‘노펫존’ 확산이다. 제도상 출입 문턱은 낮아졌지만, 현실에서는 예방접종 확인, 조리공간 차단, 음식 덮개 설치, 반려동물 이동 제한, 테이블 간격 확보 등 세부 기준을 감당해야 하는 업주들의 부담이 커졌다. 그 결과 일부 업장은 아예 반려동물 출입을 받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다. 허용만으로 공존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할 기준과 지원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갈등은 펫산업 성장의 부작용이라기보다, 반려동물이 사회 안으로 들어오면서 불가피하게 드러난 구조적 마찰에 가깝다. 다시 말해 지금의 핵심 질문은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가 아니다. “사람과 동물이 같은 도시와 같은 생활공간에서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가 본질에 더 가깝다. 그만큼 반려동물 문제는 산업정책을 넘어 사회정책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국의 펫 사회가 마주할 가장 큰 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동물권과 산업의 충돌이고, 다른 하나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양극화다.

먼저 동물권과 산업의 충돌은 이미 피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수록 유기동물, 공장식 번식, 불법 유통, 사기 분양, 학대 문제도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온다. 정부는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에서 동물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사육금지제 도입, 모든 개 대상 등록 의무화, 생산업 관리기준 상향, 판매업 표준계약서 도입, 부모견·자견 번호 연계 관리 등을 제시했다. 산업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생산·유통 전 과정에 복지와 책임, 추적 가능성을 결합해야 한다는 방향이 분명해진 것이다.
유기동물 문제만 봐도 산업과 동물권의 충돌은 구조적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내 유기동물은 연간 12만 마리를 넘고, 운영비도 200억원 이상이 든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번식장-경매장-펫숍으로 이어지는 대량 생산·유통 구조가 유기를 키우는 원인이라고 지적해왔다. 결국 ‘잘 팔리는 산업’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설명할 수 없고, ‘어떻게 태어나고 유통되며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가’를 함께 묻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충돌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반려동물의 등록·번식·판매·입양 전 과정을 잇는 생애주기 이력관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여기에 생산업과 판매업 기준을 더 엄격히 하고, 정보고지와 표준계약을 의무화해 저가 대량 유통 구조를 줄여야 한다. 학대와 유기, 불법 번식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 핵심은 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무책임한 산업을 줄이고 책임 있는 산업만 남도록 제도를 재편하는 데 있다.
또 다른 과제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양극화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지만, 비반려인에게는 위생·소음·안전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펫 프렌들리 확대는 곧 노펫존 확대와 감정적 대립으로 되돌아간다. 최근 음식점과 카페 현장에서 나타난 혼란은 이 문제가 단순한 취향 차원이 아니라 생활 규범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충돌을 줄이기 위해서는 ‘허용’보다 ‘기준’이 먼저여야 한다. 업종별로 반려동물 동반 가능 범위와 공간 분리 원칙, 위생 기준, 사고 책임 기준을 표준화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소상공인에게 시설 개선 지원과 운영 매뉴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반려인에게는 예방접종, 이동 제한, 배변 처리, 리드줄 착용 등 이른바 펫티켓 준수를 더 엄격히 요구하고, 비반려인에게는 비동반 공간과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공존은 선의가 아니라 작동 가능한 규칙 위에서 가능하다.

결국 총리실이 반려동물 정책위원회를 전면에 세운 것은 상징적이다. 반려동물 문제는 더 이상 사료와 용품, 미용과 진료 중심의 시장 이슈에 머물지 않는다. 가족과 복지, 도시와 영업, 권리와 책임을 함께 조정해야 하는 사회의 문제가 됐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도 펫산업의 단순한 육성이 아니라, 펫 사회를 떠받칠 기준과 제도, 갈등 조정 장치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반려동물을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다. 동물권과 산업의 충돌을 관리할 장치,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양극화를 줄일 생활 규범, 그리고 이를 조정할 상설 거버넌스가 마련될 때 비로소 한국의 반려동물 정책은 산업을 넘어 사회로 완성될 수 있다. 지금 시작된 것은 펫산업의 다음 장이 아니라, 펫 사회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