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지속적 혼란…예술적 자아 vs 자유로운 사랑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물음표의 연속
그림과 음악이 완성 “렘피카답다”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렘피카’가 관객들의 호평과 혹평 사이에서 공연 중이다. 새로운 장르와 예술적 언어의 연출로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화려한 무대·조명과 뚜렷한 감동·해답을 원하는 한국 관객들을 완벽하게 공략하지 못했다는 양측 후기들이 대치하고 있다. 작품의 실제 주인공 타마라 드 렘피카의 비대칭 구도의 그림과 같다.
‘렘피카’ 역 김선영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작품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계속 선택의 혼란”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20세기 초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불리는 여성 화가 렘피카의 인생을 그린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이 일어난 격동의 시대에서 예술적 자아와 이성이 충돌하면서도 맞물린 대담한 여정을 담았다.
2024년 제77회 토니상 3개 부문(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무대디자인상) 노미네이트되며 브로드웨이를 접수했다. 지난 3월 한국에 상륙한 작품은 초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반응이 엇갈린다. 특히 몇몇 파격적인 장면과 심리 변화가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김선영은 그의 삶을 ‘불꽃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라고 소개했다.
김선영은 공연의 끝으로 달려가는 2막의 한 장면을 예로 들며 “‘남편’ 타데우스와 ‘뮤즈’ 라파엘라가 렘피카를 떠난다. 넘버 ‘Speed’로 시작해서 짧지만, 그 여정이 렘피카에게는 강렬한 순간”이라며 “모든 걸 가졌지만 모든 걸 잃었다. 타데우스에게 ‘내가 원했던 건 당신뿐’이라며 ‘그 여자(라파엘라)는 떠났어’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라파엘라를 절망적으로 잡으면서 똑같이 던진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을 모두 원하는 모순적인 욕심으로 보인다. 김선영은 “라파엘라가 떠났지만, 또 살아야 하기에 타데우스를 잡는 모습이 극 전반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예측 불허, 이해 불가한 작품인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여전히 숙제다. 배우들이 첫 넘버 ‘Overture’부터 매 장면의 넘버들로 연결, 마지막 ‘Finale’까지 맺고 끊음이 아닌 연결성에 집중하고 있다.
김선영은 “어떤 결과로 보이든 전부 렘피카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장면은 없다”라며 “렘피카가 ‘날 화산 속에 넣어줘. 화산에 뿌려줘.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어’라는 대사는 정말 렘피카답다. 나 역시 처음과 끝을 어떻게 맺고, 이어지는 넘버들 속에서도 렘피카답게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렘피카의 단순하고 우아한 그림과 숨이 차오르는 역동적인 음악은 마치 렘피카의 불꽃 같은 인생을 대변한다. 김선영은 “화려한 영웅담같이 보인다면 그것도 렘피카의 모습이다. 하지만 렘피카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나에겐 네모난 캔버스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렘피카의 그림과 함께 이미지적으로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음악 자체가 작품을 완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뻔한 감동과 예상된 결말을 거부한 ‘렘피카’. 김선영은 “그 순간 렘피카의 삶이 거짓일 수도 순수함일 수도 있다. 그때도 지금도 그게 바로 렘피카의 ‘진짜’ 모습”이라며 “인물 자체는 모순과 물음표를 갖게 한다. 일부러 설득하기보다 관객들에게 인물을 끝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무엇을 얻어간다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공감의 시간을 즐기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누구보다 뜨겁게 한 시대를 살아낸 ‘렘피카’는 오는 6월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