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믿고 보는 캐스팅, 장르적 색깔이 뚜렷한 이야기, 검증된 제작진이 붙은 작품들이 같은 시간대에 맞붙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치고 나간 건 MBC ‘21세기 대군부인’이다. 이 작품은 재벌이지만 평민 신분인 성희주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이안대군의 로맨스를 21세기 입헌군주제라는 설정 위에 올려놓는다.

아이유와 변우석이라는 강력한 얼굴 조합에, 신분과 권력을 둘러싼 갈등, 로맨스의 고전적 문법을 동시에 얹었다. 시작은 7.8%였고, 2회 9.5%, 3회 9.0%를 거쳐 4회에서 전국 11.1%, 수도권 11.3%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3.8%까지 치솟았다. 이미 화제성만이 아니라 수치로도 가장 앞서가는 카드가 됐다.

드라마가 빠르게 힘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스타성만은 아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첫 주부터 로맨스와 위기를 고르게 섞었다. 공개 교제 선언, 야구장 키스타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량 질주, 몸을 던진 구출 장면까지 한 회 안에서 설렘과 긴장을 번갈아 밀어 넣었다.

로맨스는 달콤하게만 두지 않고, 늘 누군가의 위협과 권력의 그림자를 붙였다. 그 결과 시청자는 관계를 따라가면서도 장면 단위의 긴장감을 계속 소비하게 된다. 주말극이 필요한 ‘몰입의 속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가져간 쪽이 바로 이 작품이다.

SBS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이 작품은 법정물에 샤머니즘과 퇴마, 귀신 서사를 섞었다. 장르만 놓고 보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SBS가 ‘천원짜리 변호사’와 ‘지옥에서 온 판사’ 등에서 보여준 통쾌한 장르 결합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공개 초반부터 시청률과 화제성 1위를 동시에 언급할 정도로 반응이 빠르게 붙었고, 최근 방송분에서도 6% 안팎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신이랑 법률사무소’의 힘은 ‘도파민 조합’에 있다. 귀신이 빙의하고, 어린 망자의 죽음을 추적하며, 수사 도중 총상이 오가는 식의 전개는 명백히 강한 자극을 겨냥한다. 하지만 그 자극이 단순한 과잉으로만 보이지 않는 건 유연석과 이솜, 전석호 같은 배우들이 관계의 온도를 적절히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가장 늦게 주말 대전에 합류했다.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고, 구교환·고윤정 조합이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았다. 다만 첫 성적표는 비교적 차분했다. 18일 첫 방송 시청률은 전국 유료가구 기준 2.2%였다. 수치만 보면 앞선 두 작품에 비해 낮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애초에 ‘즉각적인 자극’보다 감정의 결을 천천히 쌓는 쪽에 더 가깝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하는 인간의 평화 찾기라는 설명 자체가, 빠른 장르물보다 느린 내면극의 영역에 가깝다는 뜻이다.

MBC는 로맨스 판타지의 외피 안에 전통적 대중성을 정교하게 넣었고, SBS는 법정물에 퇴마와 귀신 서사를 접붙이며 장르 쾌감을 극대화했다. JTBC는 오히려 가장 느린 감정선으로 반대편을 노린다.

셋 다 결이 다르기 때문에, 이 경쟁은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완전히 잡아먹는 방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시청자의 취향이 분화된 지금, 각 작품이 붙잡는 감정의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말극은 늘 초반 성적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낮은 시청률로 출발해 후반부에 치솟는 작품도 많았고, 반대로 초반 화제성을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1위는 현황일 뿐, 결말은 아직 열려 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