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긴장의 시작 “쾅! 쾅! 쾅!”

이야기 진행자의 존재를 둘러싼 ‘현실 or 가상’ 질문

물음표는 다음 의문을 낳고…상상력에 맡긴 다채로운 해석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공포의 시대. 새해를 30분 앞두고, 프로텍션(Protection, 보호)을 얻은 한 부부가 숨죽인 채 자축 파티를 즐긴다. 춤을 추며 샴페인을 따려던 순간,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두려움이 엄습한다. ‘손님(Visitor, 이하 비지터)’ 서동진(39)의 등장과 함께 뮤지컬 ‘미드나잇:액터뮤지션’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는 과연 인간일까, 유령일까?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미드나잇:액터뮤지션’은 아제르바이잔의 국보급 작가 엘친 애팬디예프의 희곡 ‘지옥의 시민들’을 원작으로, 독재자가 지배하던 암흑의 1937년 12월31일 자정 직전 한 부부에게 찾아온 불길한 손님에 의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을 파헤친다.

극 중 서동진이 맡은 ‘비지터’는 부부의 최후 선택권을 지닌 것처럼 이들을 좌지우지한다. 이들의 복잡한 심리를 뒤흔드는 모습에서 인간같이 보이지만, 대사에서도 언급되듯 ‘악마’인 듯 ‘천사’인 듯 헷갈린다. 어느 순간에는 ‘환각’에 의한 상상 속 인물로도 그려진다. ‘미드나잇’ 시리즈의 마니아들조차도 작품을 매회 다르게 해석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무대 위에서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서동진 역시 연습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시원한 해답은 없었지만, 단순했다. 그는 최근 스포츠서울을 만나 “엘친도, 티모시 납맨 극작가도 ‘비지터’의 정의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대본을 읽어보니, 이들도 ‘비지터’의 존재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라며 배우는 물론 관객들의 자유로운 상상에 맡겼다.

서동진은 ‘비지터’의 역할을 ‘드라마 속 사회자’라며 “인물을 분석하면서 왜 존재의 유무를 열어놨는지 알 것 같았다. 작가도 생각의 문을 열어놨는데, 배우가 정의해버리면 관람객들의 상상을 제한하게 돼 인물의 위치가 애매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지터’에 대해 “두 사람의 괴로운 상황을 즐기러 온 것은 확실하다. 기름 바닥에 불을 던질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비지터’에게만 꽂힌 화살촉의 범위를 열었다.

정해진 ‘형상’의 틀에서 벗어나 확장된 ‘형태의 유형’을 완성했다. 즉, 실제 존재하는 ‘엔카베데(소련의 비밀경찰)’ 또는 부부를 괴롭히는 ‘악마’, 이들을 심판하러 온 ‘천사’라고 특정하지 않았다.

‘비지터’가 극 중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누구나 악마죠”나 절정으로 치달을 때 “때론 모두 다 악마죠”라고 내뱉는 대사처럼 변호사 입장에서는 ‘맨’이, 변호사 부인에게는 ‘우먼’이 악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부에게는 둘 사이를 갈라놓고 서로의 치부를 들추는 낯선 인물 ‘비지터’가 악마라는 것. 반면, 부부를 심판하러 온 천사를 악마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냐고 묻는다.

서로의 약점이 모두 밝혀진 이후 서동진의 ‘비지터’는 알 수 없는 미소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는 “초반엔 악마의 이미지지만, 후반부부터는 악마와 천사의 복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악마와 천사를 동시에 담은 움직임으로 양면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어두운 긴장 속에서 찾는 여운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는다. 서동진은 “부조리한 사회와 풍자적인 내용 속에서 선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런데 과연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느냐고 질문을 던진다”라며 복잡하면서도 모호해져 버린 판단을 관객들에게 맡겼다. 이어 “관객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바로 작품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진은 “언제 어디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는 사소한 어떤 것도 전쟁이기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미래에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며 “액터뮤지션으로 세련되게 잘 만든 좋은 작품이다.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 뭉쳐, 언제 어느 공연을 관람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라고 전했다.

날카로운 심리 묘사와 중독적인 선율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미드나잇:액터뮤지션’은 내년 2월까지 서울 대학로 NOL 유니플레스 3관에서 대장정을 펼친다. 10월에는 3년 만에 돌아오는 ‘미드나잇:앤틀러스’로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