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예능의 몸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한동안 예능의 중심은 관찰이었다. 카메라는 출연자의 집, 일상, 식탁, 여행 가방을 따라갔다. 무언가를 시키기보다 지켜봤다. 출연자의 말투와 생활 습관, 인간적 허술함이 웃음을 만들었다. 시청자는 스타의 평범한 하루를 보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조금 다르다. 예능은 다시 미션을 준다. 출연자를 낯선 공간에 넣고, 규칙을 부여하고, 선택을 요구한다. 게임을 시키고, 생존을 걸고, 협업과 배신을 유도한다. 가만히 보는 예능보다 움직이게 만드는 예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관찰 예능의 시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관찰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출연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시청자는 더 빠른 전개를 원한다. 클립으로 잘리는 장면, 즉각적인 반응,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필요하다. 미션형 예능은 그 조건을 충족한다.

넷플릭스의 2026년 한국 예능 라인업은 이 흐름을 잘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솔로지옥’ 같은 인기 시리즈와 함께 ‘유재석 캠프’등 새 예능을 공개한다. 포맷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출연자를 움직이게 한다. 공간을 바꾸고, 상황을 던지고, 그 안에서 관계와 반응을 끌어낸다.

‘흑백요리사’ 시즌3 역시 미션형 예능의 확장판이다. 요리는 익숙한 소재지만, 이 프로그램은 음식을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제한 시간, 생존, 심사, 대결이 출연자를 계속 밀어붙인다.

MBC 새 예능 ‘최우수산’은 지상파 예능이 다시 몸을 쓰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5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산중 버라이어티다. 유세윤, 장동민, 허경환, 붐, 양세형이 산속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도토리를 쟁취하며 정상에 오르는 형식이다.

미션형 예능의 강점은 서사가 생긴다는 데 있다. 관찰 예능은 출연자의 매력에 크게 의존한다. 이미 호감도가 높은 인물일수록 유리하다. 반면 미션형 예능은 상황이 인물을 드러낸다. 누가 리더가 되는지, 누가 눈치를 보는지, 누가 의외로 강한지, 누가 무너지는지가 미션 안에서 드러난다.

시청 환경도 영향을 줬다. 지금 예능은 본방송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유튜브 클립, 릴스, 쇼츠, 커뮤니티 짤이 화제성을 만든다. 미션형 예능은 짧은 장면으로 잘리기 좋다. 게임에서 진 순간, 벌칙을 받는 장면, 예상 밖 배신, 갑작스러운 성공이 클립으로 퍼진다. 관찰의 잔잔한 흐름보다 미션의 순간적 반응이 온라인 확산에 강하다.

예능 출연자의 역할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웃긴 사람이 중심이었다. 지금은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하다. 낯선 장소에서도 반응하고, 규칙을 이해하고, 팀 안에서 관계를 만들고, 실패해도 장면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미션형 예능은 출연자의 체력과 순발력, 사회성, 승부욕을 동시에 요구한다.

예능이 다시 미션으로 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움직여야 그림이 산다. 출연자가 움직이면 관계가 드러난다. 관계가 드러나면 서사가 생긴다. 서사가 생기면 시청자는 다음 장면을 기다린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