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핵심 관계자는 말끝을 흐렸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선수와 매니지먼트사 간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요원해서다. 실타래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대기만성의 아이콘’ 배소현(33·메디힐)은 현재 전(前) 매니지먼트사와 법적 분쟁 중이다. 이른바 ‘에이전트피’ 지급 문제가 불씨다. 해당 매니지먼트사가 계약을 먼저 위반했음에도, 오히려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형국이다.
선수와 전 소속사 간 법적 분쟁은 종종 있어왔다. 대부분 스타덤에 올라 몸값이 수직 상승한 선수들이 표적이 된다. 첨예하게 맞서다 원만히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건 따로 있다. 분쟁이 불거져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 KLPGT가 개입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다.

KLPGA는 다른 프로 종목 단체와 달리 선수 개개인이 회원이다. 협회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회원의 권익 보호다. 그런데 정작 회원이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 적극 개입하기 어렵다고 한다. 공인 대회장 안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상벌위원회 등을 통해 중재할 수 있다지만, 이마저도 따져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안도 다르지 않다. 투어 핵심 관계자는 “선수 측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상벌위 안건으로 올릴 수 있는지 검토는 할 수 있다”면서도 “대회와 관련한 일이 아니라 계약 문제여서 협회가 나서기 애매하다”고 했다. 요약하면, 회원이 두들겨 맞고 있어도 대회장 밖 일이면 구경만 한다는 얘기다.
그는 “매니지먼트사나 대회 운영 대행사의 권한을 제도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운영 대행사를 선정하는 주체는 메인 후원사다. 후원사와 대행사가 이미 말을 맞춰놓고 요식 행위로 입찰 절차를 밟는 게 관행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KLPGA 투어에 출전시키는 조건으로 대행권을 따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속 선수 컨디션보다 후원사 기분을 맞추는 게 회사로서 훨씬 이득인 구조의 민낯이다.

KLPGT 관계자는 “LPGA나 PGA투어처럼 공인 대행사를 선정하거나 공인 에이전트 제도를 만들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제도 개선은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후원사와 대행사, 선수와 매니지먼트사, 후원사와 선수의 관계성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가능하다는 말이 솔직하다면 솔직한 고백이다. KLPGA든 KPGA든, 현장의 논리는 한결같다. ‘팬보다 후원사’다. 후원사 없이는 대회 하나 열기 어렵고, 대회를 많이 여는 것이 곧 회원을 위한 최대의 복지라는 논리다. 선수 보호는 그 다음 얘기다. 구조가 그렇게 짜여 있으니, 배소현의 억울함은 시스템 안에서 해소될 출구가 없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