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관광공사, 제주 비양도서 ‘맛잇는 상생 on 비양’ 개최

- 7인의 셰프와 7개 마을식당 협업… 일회성 축제 넘어 상설 미식 콘텐츠로

- 관광객 62명이 주민 1인 몫 거뜬, 환경 지키고 지역 살리는 ‘ESG 관광’의 표준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제주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상주인구 60여 명의 작은 섬 비양도가 ‘미식 섬’으로 탈바꿈했다. 단순히 유명 셰프가 와서 화려한 요리를 선보이고 떠나는 일회성 축제가 아니다. 셰프가 마을식당 점주와 함께 지역 식재료를 연구해 레시피를 전수하고, 행사 이후에도 온전히 섬에 남도록 설계한 상생형 미식 프로젝트다. 지난 5월 30일부터 주말 이틀간 이 작은 섬에 몰려든 관광객만 1600명. 관광객 62명의 방문이 정주 인구 1인의 소비를 대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 이틀 만에 지역 소멸을 막는 막대한 경제적 활력이 수혈된 셈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기후변화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섬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미식 페스티벌 ‘맛잇는 상생 on 비양’을 개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7명의 유명 셰프와 7곳의 마을 식당이 이룬 결합이다. 김도윤 셰프(호돌이식당)의 ‘게우젓비빔국수’를 비롯해, 김밥대장(쉼그대머물다)의 ‘톳김밥’, 남준영 셰프(민경이네식당)의 ‘한치덮밥’, 니시무라 다카히토 셰프(보말이야기)의 ‘문어비빔면’, 박준우 셰프(봄날섬)의 ‘보말빵’, 오세득 셰프(백연향)의 ‘전복짜장밥’, 임희원 셰프(올레커피숍)의 ‘오디술빵’ 등 비양도의 생태가 고스란히 담긴 메뉴가 쏟아졌다.

행사의 핵심은 ‘전수’에 있다. 보통의 지역 축제에서 셰프의 음식은 한시적 이벤트로 소비되기 쉽지만, 이번 메뉴들은 식당 점주에게 전수돼 행사 이후에도 새로운 대표 메뉴로 남는다. 날씨와 배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섬 관광 특성상, 관광객이 “무엇을 먹을지” 기대하며 체류하게 만드는 미식 콘텐츠는 강력한 동력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비양도의 식재료에 셰프의 브랜딩이 더해지며 익숙한 재료가 명확한 ‘여행의 이유’로 진화했다.

생태 보존을 위한 친환경 운영도 돋보였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시달리는 비양도의 현실을 반영해 축제 음식은 모두 다회용기에 담겼다. 이는 공사가 추진해 온 ‘해양관광 활성화 사업’의 연장선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 여행 발굴 노력 끝에 비양도는 ‘2025 한국관광의 별’ 친환경 관광지로 선정됐다. 지난해 누적 입도객은 전년 대비 28.8% 증가한 23만 1562명을 기록하며 제주 유인섬 방문객 3위로 올라섰다.

올해부터는 기후위기 최전선인 제주의 특성을 반영해 감귤 대체 작물로 올리브를 선택한 ‘비양도 올리브섬 프로젝트’도 본격화됐다. 야외방탈출, 올리브런(All-Live Run), 가을 생태교실 등 융복합 콘텐츠가 사계절 내내 섬을 채울 예정이다.

비양도는 인구도 적고 식당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규모가 작기에 의미 있는 변화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셰프가 남긴 레시피 하나가 식당의 새 메뉴가 되고, 그 맛은 관광객을 이끌며 마을의 자생력을 키운다. 배 타고 15분이면 닿는 작은 섬 비양도에서, 관광이 지역을 살리는 가장 구체적인 ESG 상생 모델이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온전하게 구현되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