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K팝 신에서 최정상을 달리던 다인원 그룹이 반토막 나는 것은 치명적인 위기로 통한다. 팬덤이 사랑하는 관계성은 흩어지고, 꽉 찼던 무대에는 여백이 생긴다. 퍼포먼스의 에너지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에 우려가 쏟아진 배경이다. 그러나 제로베이스원은 과도기를 보란 듯이 완벽한 ‘성장 서사’로 뒤바꿔 놓았다.
제로베이스원(성한빈 김지웅 석매튜 김태래 박건욱)은 최근 여섯 번째 미니앨범 ‘어센드-(Ascend-)’ 활동을 통해 5인 체제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알렸다. 팬덤의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이들이 꺼내든 카드는 억지스러운 ‘과잉’이 아닌, 고도의 ‘미니멀리즘’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 무리한 덧칠 대신 택한 ‘세련된 덜어냄’
보통 인원이 줄어들면 기획사는 빈자리를 감추기 위해 사운드를 무겁게 쌓고 퍼포먼스를 과도하게 몰아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제로베이스원은 영리한 역발상을 택했다. 새 앨범의 키워드로 ‘미니멀리즘’을 내세웠다. 화려함을 덜어낸 자리에 멤버 개개인의 성숙한 아우라를 채웠다.

타이틀곡 ‘톱 5(TOP 5)’가 이를 증명한다. 파워풀하게 터지던 과거의 타이틀곡 공식을 과감히 깨고, 그루비하고 섹시한 힙합 리듬을 차용했다. 글로벌 팝 시장을 관통하는 ‘이지 리스닝’ 트렌드와도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불완전해진 상황을 쿨하게 인정하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여백을 오히려 유니크한 ‘제로베이스원만의 팀 컬러’로 재정의하는 데 성공했다.
◇ ‘N초 분량’의 종말, 증명된 보컬의 진가
가장 극적인 변화는 음악적 진화에서 드러난다. 9인조 시절 곡당 불과 몇 초에 불과했던 파트 배분이 5인조로 재편되며 대폭 늘어났다. 멤버 한 명이 하나의 온전한 서사를 끌고 갈 수 있는 보컬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파트를 길게 가져간다는 것은 곧 라이브 역량의 민낯이 드러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폭넓은 음역대의 성한빈, 미성 속 섹시함을 품은 김지웅, 단단한 톤의 석매튜, 고음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김태래, 올라운더 박건욱은 늘어난 여백을 입체적인 매력으로 꽉 채웠다. 여기에 박건욱의 자작곡 ‘커스터마이즈(Customize)’까지 수록되며, 이들은 퍼포먼스 그룹을 넘어선 아티스트로서의 기량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 굳건한 화제성, 지속되는 성장 서사

무대 밖 행보 역시 영리했다. 방송과 웹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고, ‘톱 5’ 챌린지로 동료 아티스트들과 글로벌 숏폼 유저들을 끌어들였다. 인원 개편이라는 내부의 큰 파도 앞에서도 이들의 스타성과 화제성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음악 방송 1위는 물론, 오리콘 차트 주간 양악 앨범 랭킹 1위, 일본 스포티파이 급상승 차트 1위 등 막강한 글로벌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활동을 마무리하며 멤버들은 “저희가 나아가는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남겼다. 5인 체제의 제로베이스원이 써 내려갈 새로운 챕터에 대한 단단한 확신이다. 반으로 줄었지만 빈틈은 없다. 오히려 불완전함을 ‘여백의 미학’으로 대체한 제로베이스원의 다음 스텝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