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주특기를 꺼내들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깨닫고, 성장하는 영화 ‘상자 속의 양’이다.
‘상자 속의 양’ 내한 기자간담회가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자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쿠와키 리무가 참석했다.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의 출발점은 2년 전이다. 그때 생성형 AI가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성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상해를 갔다가 비즈니스 대표를 만났다. 핸드폰 안에 있는 이미 돌아가신 분의 영상이나 사진을 바탕으로 AI를 만든걸 보여줬다. 그게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걸 통해서 여러분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했다. 결말에 모두가 숲으로 가는데 어른은 돌아오지 않냐. ‘모두 거기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가버리고 없는 카케루(쿠와키 리무 분)와 앞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느끼면서 지내게 될 카케루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살 것이라 생각했다. 이 상상력을 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쿠와키 리무는 세상을 떠난 아들 카케루를 대신하는 7세 설정 휴머노이드로 열연을 펼쳤다. 쿠와키 리무는 연기 후일담에 대해 “‘너 답게 연기하라’고 하시더라. 다른 감독님들은 현장에서 지시사항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고레에다 감독님은 ‘너 답게 하면 된다’고 편하게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쿠와키 리무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캐스팅은 거의 첫인상으로 정리됐다. 직감적으로 결정된 경우가 많았다. 쿠와키 리무는 이 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오디션을 거듭하긴 했는데 그러면서도 저만의 판단이 아니라 스태프 모두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종적으로 오디션을 본 것은 영화에도 나오는 목욕탕신이다. 아버지 역할 다이코 치도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오디션신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캐스팅 합격 당시 상황을 떠올린 쿠와키 리무는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가족들이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했다. 아빠, 엄마, 누나 모두 울었다. 그때 ‘왜 다들 울지’ 싶었다”며 “그땐 잘 몰랐는데 나중에 엄마한테 들으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고 털어놨다.

또한 고레에다 감독은 “사실 저는 배우의 연기에 대해 지도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다이고와 쿠와키 리무가 대화를 나누고, 대기하는 시간 동안 둘이서 연습을 하더라. 때론 엄마 역의 아야세 하루카도 같이 연습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카메라를 켰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고레에다 감독은 “근데 쿠와키 리무는 꼭 두 번쨰 신에서 대사 늬앙스나 분위기를 바꾸더라. 약간의 놀이 감각이나 응용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우 즐겁게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늘었다”며 “목욕탕신에서 아빠가 ‘비밀로 해달라’는 장면에서 ‘어떻게 할까’라고 답하는데 그게 아빠를 놀리는 것 같으면서도 ‘딜’하는 느낌이 있다. 그건 제가 시킨 게 아니라 본인이 그런 느낌으로 연기를 한 것”이라고 감탄했다.
끝으로 쿠와키 리무는 “이 영화는 제가 자주 이야기하지만, ‘사랑이 있는 영화’”라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시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여러분들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지지만, 찍히지 않은 부분도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건축이 보이지 않는 것에 본질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그 부분을 의식했다. 영화를 보시면 휴머노이드, 숲, 컵라면 야키소바도 나오는데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상상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상자 속의 양’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