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을 향한 새로운 무한 경쟁의 서막

선거의 캐스팅보트는 언제나 수도권 중도층

대한민국 정치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6·3 지방선거’의 막이 내렸다. 지방선거는 표면적으로 지역 일꾼을 뽑는 민주주의의 축제지만, 정치권에서는 늘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간평가이자, 향후 총선과 대선의 흐름을 예고하는 가장 정교한 ‘정치적 풍향계’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역시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사실상 차기 대권을 향한 새로운 무한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는 단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중앙정부에 이어 다수의 광역·기초자치단체까지 확보하며 전국 단위의 정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 선거를 진두지휘한 정청래 당 대표는 이번 압승을 통해 당내 결속을 다지고 지도체제를 안정화하는 전리품을 챙겼다. 비명계와의 잡음을 잠재우고 향후 총선 공천과 대선전략 수립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 뒤에는 무거운 역설이 숨어 있다. 권력이 집중된 만큼 국민이 요구하는 책임의 무게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원한다. 경제 회복, 물가 안정, 부동산 및 청년 일자리 문제 등 민생 직결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번에 구축한 강력한 지방정부 조직망은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전략인 ‘국정 안정론’은 결국 “정권을 맡겼더니 나라가 안정적으로 잘 돌아간다”라는 국민적 체감이 선행되어야만 완성될 수 있다.

반면, 야권에게 이번 선거는 냉혹한 현실 그 자체였다. 특히 수도권과 주요 격전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의힘은 거센 책임론과 함께 당의 정체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선거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영남과 호남이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한,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수도권 중도층’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정권 교체도, 전국 단위 선거의 승리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야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적 쇄신이나 지도부 교체가 아니다. 정책 혁신, 세대교체, 중도층 확장, 수도권 경쟁력 회복이라는 4가지 당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만이 살길이다.

역설적이기도 정치에서 패배는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기도 한다. 이번 선거를 거치며 야권 내부에서는 차기 대권주자 구도가 오히려 선명해지는 소득을 얻었다. 그 중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이 있다.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이자 중도층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 시정 안정성을 증명해 낸 오세훈 시장은 여전히 야권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수도권 유권자에게 통하는 그의 확장성은 야권 재편 과정에서 그의 목소리를 더욱 키울 것이다.

여기에 보궐선거를 통해 무소속으로 존재감을 입증한 한동훈의 부상은 또 다른 기폭제다. 전통적 보수층을 넘어 정치개혁과 세대교체를 갈망하는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그의 잠재력은 야권 재편의 핵심 축이 되기에 충분하다. 향후 보수 진영은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오세훈·한동훈 투톱 구도’로 새판짜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선거의 캐스팅보트는 언제나 수도권 중도층이 쥐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진영 간의 소모적인 정쟁이 아니다. 당장 먹고사는 경제를 살릴 능력, 민생을 보듬을 정책, 그리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비전이다.

‘6·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이를 기점으로 2030 대선을 향한 권력의 시계는 더욱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여당은 성과로 증명해야 하고, 야당은 혁신으로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승리한 여당도 안심할 수 없고, 패배한 야당도 좌절할 시간이 없다. 대한민국 정치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며, 앞으로의 1년이 그 거대한 흐름을 결정짓는 진정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sangbae030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