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괜히 ‘축구도사’가 아니다.
1년 넘게 부상 악몽에 시달린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100% 컨디션이 아님에도 월드컵 첫판에서 천금의 동점골와 역전골 어시스트로 ‘히어로’가 됐다.
황인범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있는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0-1로 뒤진 후반 22분 오른발 동점포를 해냈다.
이강인의 송곳 같은 침투 패스를 받은 그는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상대 수비와 골키퍼의 전진에도 당황하지 않고 오른발로 감아 차 마무리했다.
앞서 경기를 주도하고도 ‘장신군단’ 체코의 스로인 전략에 후반 13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힘이 빠질 법했으나 황인범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으며 구세주가 됐다.
동점골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후반 35분 백승호의 패스를 이어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골문 앞 정교한 크로스로 오현규의 역전 결승골까지 도왔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황인범은 “사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선수인데 공간이 있어서 침투했다. 강인이가 워낙 좋은 패스를 넣어줬다”며 “각도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대 골키퍼가 신체가 크니 한 번 접었는데 다행히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가 속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득점했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자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팀원에게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는 황인범은 “모든 선수가 정말 모든 걸 쏟아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도 많은데 교체돼 나왔을 때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팀의 승리를 끝까지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 느낀 팀 정신을 볼 수 있었다”며 승리 배경에 ‘원 팀의 힘’을 언급했다.
지난해 아킬레스건, 종아리 부상을 연달아 입은 황인범은 올 초 정상 궤도에 진입했지만 3월 소속팀 경기 중 오른 발목 인대를 다쳤다. 애초 월드컵 본선엔 참가해도 조별리그 초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견해가 따랐다. 하지만 커리어 두 번째 월드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페예노르트 구단과 협의를 거쳐 지난달 조기 귀국한 뒤 대표팀 코치진의 케어를 받으며 FC서울의 클럽하우스인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몸을 만들었다. 부상 회복 속도도 빨랐다.
최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시행한 대표팀의 사전 캠프에 합류한 뒤 두 차례 평가전에서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했다. 여전히 최고 수준의 몸 상태가 아니다. 그러나 관록의 힘으로 이날 이겨냈다. 애초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의 출전 시간을 60분정도 책정했으나 스스로 더 뛰겠다는 의지를 보인 끝에 결실을 봤다.
황인범은 “부상이 관리를 해도 불운하게 올 수도 있다. 3월에 있었던 부상은 많이 아쉬웠는데, 어떻게 보면 월드컵까지 몸을 끌어올릴 계기가 됐다”며 “감사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는 부상 없이 좋아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체코와 비교해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한 효과도 언급했다. 그는 “상대 선수들이 느낌이 아니라 눈으로 보일 정도로 (후반에) 힘들어하더라. 우리가 고지대 적응에 애쓴 건 상당히 이점으로 작용했다. 상당히 잘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