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한국 축구의 월드컵은 경기장에서 끝났지만, 후폭풍은 경기장 밖에서 더 거세게 번졌다.

지난 28일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되자 연예계에서도 분노와 허탈감이 쏟아졌다.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 2패, 승점 3에 그쳤다. 조 3위로 경우의 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같은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K조 최종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대1로 꺾으면서 32강 진출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2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을 노렸던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오래 축구를 지켜본 방송인은 축구협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인 ‘축덕’ 스타들은 마지막까지 붙잡았던 희망이 끊어진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탈락 직후 가장 크게 터져 나온 감정은 실망보다 분노에 가까웠다.

코미디언 이경규는 유튜브 채널 ‘갓경규’를 통해 “이번 월드컵은 진짜 문제가 많다. 최악이다”라고 직격했다. 1994년부터 월드컵 현장을 지켜봤다는 그는 이번 대회를 두고 “비극이 끝이 없다”고 표현했다. 손흥민의 기용 방식과 대표팀 운영에 의문을 드러낸 그는 축구협회 회장직 도전까지 농담처럼 언급했다. 웃음으로 포장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가볍지 않았다.

이경규의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오래전부터 축구 팬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이경규가 간다’로 국민적 응원 열기를 함께했던 그는 한국 축구의 상승과 추락을 오랫동안 지켜본 방송인이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단순한 SNS 반응을 넘어, 오랜 팬이 느낀 배신감처럼 읽혔다.

가수 딘딘은 홍명보 감독을 향해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한 축구 입중계 영상을 공유하며 “책임자로서 팀을 이끌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죄송하다는 사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과보다 문제 삼은 것은 설명의 부재였다. 패배는 받아들일 수 있어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까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배우 한정수의 표현은 더 직접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이 모든 사태를 예상하고 먼저 발을 뺀 인간, 그가 진짜 범인이다”라는 문구를 올린 뒤 “진짜 범인은 회장과 대한축협”이라고 적었다.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겨냥한 말이었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직후에도 그는 홍명보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을 강하게 비판하며 “감독 연봉을 몰수해야 한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손흥민을 떠올렸다. 그는 “손흥민 선수의 마지막 월드컵일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한 경기라도 더 보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한 명의 잘못으로 이렇게 됐다는데 선수들은 정말 고생하셨다”고 적었다.

문제는 분노가 엉뚱한 곳으로도 튀었다는 점이다. 일부 누리꾼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방송인 조나단의 SNS를 찾아가 악성 댓글을 남겼다. 한국의 탈락과 조나단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귀화 절차를 밟고 있는 방송인에게 출신국을 이유로 화풀이를 한 셈이다.

한국 축구가 받아든 성적표는 이미 바뀌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설명과 수습이다. 왜 준비 과정에서 불신이 커졌는지, 왜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왜 마지막까지 팬들은 경우의 수에 매달려야 했는지 답해야 한다.

연예계까지 들끓게 만든 이번 탈락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한국 축구를 둘러싼 신뢰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다시 팬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경기 결과보다 먼저 무너진 납득부터 회복해야 한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