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2년 전 홍명보 전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아시안컵에서 주장 손흥민이 아홉 살 어린 이강인과 다툰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표팀을 ‘매니지먼트’ 할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두했다. 선수로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이면서 지도자로 2012 런던 동메달 신화를 이끈 홍 감독이 적임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홍 감독 정도의 인지도와 카리스마를 갖춘 사령탑이면 대표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기대 목소리가 나왔다. 전임 사령탑의 ‘방관 리더십’에 대한 작용·반작용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으로 감독의 매니지먼트 실패가 거론된다. 대회 기간 발생한 ‘선수단 인터뷰 보이콧’ 사건을 수습하지 못한 게 실패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1~2차전 경기력을 고려하면 힘이 실리는 분석이다. 한국은 체코를 제압했고, 4경기 8득점 무실점이라는 압도적 기록으로 16강에 진출한 멕시코와 대등하게 싸웠다. 반면 최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고전했다. 득점 기회도 가장 적었다. ‘미스터리’를 설명할 근거를 인터뷰 보이콧 사건에 두는 이유다. 사건의 빌미가 된 일부 기자 간 뒷담화 피해자인 손흥민과 일부 베테랑, 나머지 선수의 온도 차가 컸다. 어색한 기류로 ‘원 팀’이 되지 못했다는 증언과 분석이 지속한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과정을 뒤로하고 결과적으로 홍 감독이 사건을 깔끔하게 수습하지 못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손흥민이라는 ‘큰 선수’와 나머지 선수 간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이 명쾌했다면 팀 분위기는 망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이 선수 기용이라는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면 말 그대로 ‘최악의 수’를 뒀다고 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슈퍼스타가 즐비한 대표팀에서 감독 한 명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개념 자체를 재고할 필요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의 손흥민과 유럽 챔피언 클럽에서 활약하는 이강인, 독일 최고의 팀에서 활약 중인 김민재 등이 사령탑의 카리스마에 의해 온전히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순진하다. 개성과 에고(ego)가 강한 선수가 모인 대표팀에선 결국 선수 개인에게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게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 친한 무리끼리 생활을 하더라도 훈련장, 경기장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 하나로 뭉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이 선수 간에 오묘하고 복잡한 역학 관계에 뛰어들어 수습하려 들면 균형은 무너지게 돼 있다. 애초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에 손 대면 실타래가 더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는 의미다. ‘관리형 감독’이라는 표현이 대표팀처럼 ‘큰 팀’에선 허상이라는 사실을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전술과 전략을 구축하는 능력이다. 흔히 말하는 세계의 ‘관리형 사령탑’도 디테일한 작전은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만 봐도 32강 일본전에서 0-1로 뒤지자 후반엔 측면 크로스를 집요하게 올리는 방식으로 선회,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순간적 판단과 기지가 엿보이는 운영이다.
세상 그 어디에도 전술 없는 명장은 없다. 게다가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대표 선수는 이미 수준 높은 지도자가 실행하는 훈련 세션과 경기 운영 방식을 체득했다. 웬만한 방식으로는 그들의 수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옆 나라 일본이 빅리그에서 오랜 기간 활약한 나카무라 슌스케, 하세베 마코토 코치를 대표팀에 합류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대한 ‘유럽식’에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으로는 대표팀에 걸맞은 수준의 전술을 만들고 경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전략으로 대응할 역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관리, 매니지먼트에 대한 개념 정리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는 평가 기준에서 매니지먼트 능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 리더십을 무시할 수 없지만, 핵심은 기술 영역에 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감독을 보는 한국 축구의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