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앞서
KLPGA투어 선수 출전규모로 ‘대립 첨예’
韓 30명 vs 美 10명 평행선에 BMW 침묵
글로벌 투어 앞세워 자동차 홍보만 하면 끝?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평행선이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속에 정작 70억원 넘게 쏟아붓는 메인 후원사는 뒷짐만 지고 있다. 출전선수 규모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한미 여자프로골프협회 얘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10월 전남 해남에 있는 파인비치 컨트리클럽에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5만달러)을 개최한다. BMW코리아가 상금 전액을 후원해 2019년 창설한 대회다. 장하나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2021년 고진영 지난해 김세영이 정상에 등극했다.

장하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소속으로 출전해 우승을 따냈다. KLPGA투어 스타였던 고진영은 임희정과 연장 혈투를 펼쳤다. 대회장은 갤러리로 넘쳤고, KLPGA투어 선수들은 미국 진출의 꿈을 키웠다. 이상적인 ‘동반성장’이 이뤄지는 듯했다.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KLPGA는 2022년부터 선수들의 LPGA투어 대회를 불허했다. 2023년에는 아예 같은 기간에 KLPGA투어 대회를 개최하고, LPGA투어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무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반발이 심했지만 ‘김정태 집행부’는 귀를 닫았다. 감정의 골이 빠르게 깊어졌다.

‘아름다운 동행’을 실현했던 KLPGA 김상열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투어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투어와도 기꺼이 손을 맞잡겠다”고 선언했다. LPGA투어에 걸었던 빗장도 풀었다.
대화를 시작했다. 2025년 10월이다. 이달 초까지 16차례 테이블을 차렸다. 그런데 빈손이다.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KLPGA는 정규대회로 승인할 수 있는 30명 출전을 요구 중이고, LPGA투어는 BMW 코리아가 행사할 수 있는 10명을 제안한 상태다.

LPGA는 지난 1일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면서도 “10명은 장기 협력의 마중물”이라는 성명만 내놨다. KLPGA 입장에선 낯익은 화법이다. 지난해 10월엔 30명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더니, 올 4월엔 “30명은 어렵다”로 돌아섰고, 이달엔 “10명이냐 아니냐만 답하라”며 자국 대회 일정까지 앞당겨 달라고 요구했다. 협상이 아니라 통보다.
정작 이 게임의 실질적 키는 LPGA가 아니라 BMW코리아가 쥐고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는 철저히 돈의 논리로 돌아간다. 상금과 운영비 전액을 대는 최대 후원사가 출전선수 협상에서 발언권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LPGA 측도 “출전 규모는 BMW와 협의할 사안”이라고 KLPGA에 여러 차례 확인해줬다.

그런데 정작 BMW코리아에 입장을 묻자, 홍보대행사를 통해 “금전적 후원 외엔 아무 권한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기 돈으로 여는 대회에서 스스로 권한을 지워버린 셈이다. 국내 판매량을 한국 소비자와 골프팬에게 의존하는 기업이, 정작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 앞에서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발을 뺐다.
KLPGA는 협상 타결을 기대하며 BMW 대회 전주 일정까지 비워뒀다. 공동주관 격상 요청도 묵살당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정 기조는 ‘국익 우선’이다. 스포츠에서 국익은 곧 자국 선수의 무대다. 한국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라면, 한국 선수들이 자국 땅에서 열리는 대회에 더 많이 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책임이 있다.

BMW코리아가 계속 “권한 없다”는 말 뒤에 숨는다면, 자동차 판매 이외의 어떤 목적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당연히 LPGA투어 대회도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차량 홍보를 위한 행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