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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28)가 해적선에 올라탔다. 그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총액 1650만달러(4+1년)에 계약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미국 서프라이즈에 차려진 넥센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첫 훈련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천재라고 하지만 강정호 본인은 “노력형”이라고 공언하는데, 그 말을 입증하듯 계약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아직 해적 문양이 선명한 피처버그 27번 유니폼을 지급받지 못해 친정팀 넥센시절 입었던 16번 유니폼을 입고 구슬땀을 흘렸다. 강정호는 한달간 넥센에서 훈련을 하고 2월 중순이 되면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플로리다 브래든턴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피츠버그에 강정호를 위한 주전자리는 없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를 메이저리그에 연착륙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게 하는 것이고 그를 마이너리그에 보낼 의향이 전혀 없다”며 메이저리그 신분을 확인해 주었지만, “강정호는 벤치 옵션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를 비롯한 내야진과의 경쟁에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프로야구와는 수준이 다른 치열한 경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강정호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피츠버그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강정호는 힘이 좋아서 매일 출전한다면 15∼20개의 홈런을 쳐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절망적인 팀들이 힘을 갖춘 선수를 확보하려고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 피츠버그도 마찬가지다. 강정호와의 계약은 가장 흥미로운 소식이다”라고 냉담한 반응도 존재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강정호에 대한 무리한 투자라는 시각이다.
메이저리그에 도착한 강정호에게 신작로가 펼쳐져 있지 않다. 스스로 길을 열어나가야 하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그래서 넥센의 애리조나 캠프에 도착한 강정호는 “계약에 만족하기 보다는 앞으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첫번째 빅리그 직행야수다. 선구자라는 생각으로 내 성적에 따라 한국 야구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한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본인의 성공 뿐 아니라 한국프로야구 수준을 메이저리그에 전하는 가늠좌라는 인식이다.
MLB닷컴의 칼럼니스트 앤서니 카스트로빈스 “강정호의 활약이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와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가 바라보는 한국프로야구 수준은 더블A수준으로 낮다. 국내 A급 선수이라고 해도 트리플 A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강정호가 주변의 기대치를 만족 시킨다면 저평가된 한국야구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만약 강정호가 한국에서 기록한 성적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여준다면 그를 선택한 피츠버그의 안목과 함께 한국프로야구의 인식틀 자체가 변할 것이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