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와 류현진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강정호와 리그에 안착한 류현진이 17일(현지시간) 오전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 마련된 넥센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5.01.17. 서프라이즈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한국프로야구 야수출신으로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강정호(28)가 한국프로야구 투수 출신 메이저리그 개척자인 동갑내기 절친 류현진(LA 다저스)과 의기투합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선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투타 대표선수로서 끌어주고 당겨주며 동반성공을 꿈꾸고 있다. 강정호를 배출한 넥센과 류현진의 합동훈련을 허락한 LG 등 국내프로구단도 이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음으로 양으로 뒷바라지하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을 마무리하자마자 16일 밤(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텍사스 레인저스 캠프에 차려진 넥센의 전지훈련지에 합류했다. 넥센 선수단이 현지시간 11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이들보다 먼저 도착해 여장을 푼 뒤 17일 오후부터 시작된 훈련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워밍업을 하고, 캐치볼과 토스배팅을 하며 2시간 30분 가량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체력훈련을 할 때는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와 따로 20여분간 훈련하며 메이저리그 적응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시작하기도 했다.

훈련 중간중간 넥센의 동료선수들과 피츠버그와 계약 뒷얘기로 꽃을 피운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내가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선구자다. 내가 잘 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많이 열어주고 싶다”며 자신감과 함께 강한 책임의식을 내비쳤다.

류현진도 강정호의 훈련시작에 맞춰 넥센 캠프를 찾았다. 훈련이 끝난 뒤엔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정담을 나눴다. 류현진은 지난 10일 미국 LA로 돌아온 뒤 16일 애리조나로 이동해 소속팀의 스프링캠프 훈련장인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 짐을 풀고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17일부터는 같은 장소에 전지훈련장을 차린 LG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넥센의 훈련이 오후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꼬박 2시간여를 기다린 류현진이지만 이제는 메이저리거가 돼 동고동락할 강정호를 만난다는 기대감때문인지 표정은 밝았다.

친구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류현진은 “강정호의 방망이 실력이라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 빠른 볼도 잘 칠 것”이라며 “붙박이 주전을 꿰차 풀타임으로 뛴다면 홈런 20개는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피츠버그의 홈인 PNC파크가 우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이지만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신시내티) 시티즌스뱅크파크(필라델피아) 등 타자에게 유리한 다른 구장도 있기에 유불리가 상쇄돼 꾸준히 출장한다면 두자릿수 홈런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류현진은 또 “메이저리그에서는 몸쪽 스트라이크를 잘 안 잡아주기에 몸쪽 볼 공략에 애로를 겪는 타자들의 처지에서 볼 때 강정호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투수와 타자를 모두 경험하고 하는 말이기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강정호는 홈구장 PNC파크와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대범한 자세를 보였다. “좌중간이 멀긴 멀지만 익숙해지면 된다. 홈경기만 있는 것도 아니라 괜찮다”며 류현진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는 “높은 것도 잘 잡아주던데 난 원래 적극적으로 치는 타자라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서로를 칭찬하면서도 유머도 잊지 않았다. 류현진은 “정호가 내 7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막았다”고 원망을 하면서도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 강정호의 타격실력이 뒤질 게 없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류현진에게 메이저리그 정보를 숱하게 물었는데 야구에 대해서는 잘 안 알려주더라”고 말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론 실력이 밑바탕이 되야하지만 언어와 문화, 외로움과의 싸움 등 적응도 중요하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도 탁월한 실력과 더불어 활달한 성격과 붙임성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메이저리그 훈련캠프가 아직 정식으로 시작되는 않은 가운데 강정호와 류현진이 국내프로야구팀의 전훈캠프에서 먼저 담금질을 시작한 이유도 친근한 벗들과 합동훈련을 통해 훈련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한국프로야구 야수출신 1호 메이저리거로 성공을 꿈꾸는 강정호가 절친인 류현진을 네비게이션이자 동지로 삼아 동반 성공을 꿈꾸고 있다.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 이환범 선임기자 whit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