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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걸그룹 마마무가 소속된 ‘레인보우브릿지월드(RBW)’는 일반인에겐 이름조차 낯설다. 회사 이름만 봐서는 뭘 하는 회사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회사 이름엔 대부분의 가요 기획사 명칭 뒤에 붙어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생략됐다. 가요 팬이라면 지난해 데뷔해 두각을 나타낸 마무의 소속사 정도로 알 수 있다. 가요를 조금 더 많이 듣는 팬이라면 인기 작곡가 김도훈이 공동 대표로 있는 회사로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서울 장안동에 위치한 ‘RBW’에 가면 여러 이유로 놀라게 된다. 마마무의 소속사 정도로만 생각하기엔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400평 실내 규모에 일반 사무실을 제외하고 20개의 연습실, 2개의 녹음실, 작곡가 10여명의 작업실 등이 꽉 차있다. 더욱 놀라운 건 연습실마다 연습생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등지에서 온 25명의 연습생이 이곳에서 현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RBW의 김진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게 한두번이 아니다. “국내 5대 가요기획사로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를 꼽는데,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200억원 정도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도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가요 팬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업체가 2016년말까지 엔터테인먼트업계 ‘빅5’ 도약을 출사표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작곡가 등으로 20여년간 이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그의 자신감과 확신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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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W의 출발점, ‘가요 기획사’ 아닌 ‘가요 에이전시’…수익 모델 차이는?
RBW의 수익모델은 기본적으로 일반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차이가 있다. RBW는 출발선에서의 지향점이 ‘에이전시’였다. 우리 말로 ‘대리인’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한번에 와닿지 않는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윌리엄모리스에이전시라는 에이전트 업체다. SM이나 YG같은 기획사가 아니라 에이전시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큰 회사라는 게 미국의 특징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에이전시라고 하면 브로커라는 의미로 낮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더라”라고 말했다. RBW의 모태가 되는 업체명은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였다. 현재 사명인 RBW에도 뒤에 ‘엔터테인먼트’가 붙지 않는 데서 다른 가요 기획사와 지향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한국콜마라는 회사가 있다. 일반인에겐 낯설 수 있다. 국내 여러 유명 브랜드 화장품 생산을 아웃소싱해 상표만 다르게 해서 납품해 매출을 올린다. 뒤에 숨어 있는 듯 보이지만 수익 구조 등에서 알짜배기다. RBW는 이런 방식을 지향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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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W가 가요 에이전트로서 가진 핵심 역량은 신인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가요 기획사들은 새로운 팀을 론칭하기 전 자체적으로 오디션, 트레이닝 등 신인 육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데, 규모가 큰 기획사일수록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소 업체는 이같은 역량을 스스로 갖추기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RBW은 이 과정을 대행하는 ‘K팝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강점이 있다.
RBW가 국내 몇몇 가요 기획사의 신인 발굴 오디션이나 트레이닝을 대행한 경우도 있고, OEM(주문자 상표부착 제조), ODM(제조업자설계 생산) 방식으로 해외 아티스트의 발굴 및 트레이닝을 책임지기도 한다. 중국의 린, 세븐스, 인도네이사의 S4, SOS, 베트남의 탄 퉁, 라임, 일본의 코드V, 슈-아이 등이 이런 방식으로 RBW의 손길을 거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실용음악 학습 기관인 ‘모던K 실용음악학원’도 RBW의 계열사다. 현재 이 기관의 수강생은 1200여명에 이른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하는 모던K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전문 인력 육성 프로그램에 접목시킨 점도 RBW의 강점 중 하나다.
아티스트 캐스팅, 아티스트 트레이닝 뿐 아니라 음악 프로듀싱, 의상 및 스타일 컨설팅, 앨범 프로덕션, 뮤직비디오 제작 등 국내외 고객사에 맞춤형 제작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 대표는 “여타 기획사들과 우리의 다른 점은 기획사는 자기 아티스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린 남의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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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YG 멋있지만 같은 길 가면 뒤처질 수 밖에 없다”
RBW의 시작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김 대표는 어느 순간 자신이 가수나 작곡가로 보다는 전문성을 살린 경영인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사업을 시작했다. 수중에 있던 5000만원에 대출금 5000만원을 합쳐 1억원을 만들었는데, 기획사를 차릴 만한 액수가 아니라 궁여지책으로 시작한게 캐스팅 에이전트였다.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라는 업체를 2010년부터 시작해, 처음에는 작은 일부터 맡아 성장해왔다. 전속 아티스트 없이 캐스팅, 트레이닝의 아웃소싱에 주력했다.
그러다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는 올해 2월 김도훈 작곡가가 대표로 있던 WA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해 RBW가 됐다. RBW 김도훈 공동대표는 지난해 가요계 최고 히트곡 ‘썸’의 공동 작곡가로 지난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 대상 시상식에서 작곡 부문 저작권료 1위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김도훈 대표는 황성진, 최갑원, 김형규 등 전속 작·편곡가들을 진두지휘하며 RBW전속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기존 레인보우브릿지에이전시의 에이전트로서의 강점에 김도훈 작곡가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힘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게 RBW의 목표이고 앞으로의 ‘비전’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RBW의 장점은 첫 번째로 인큐베이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이다. 두 번째는 김도훈 작곡가를 중심으로 하는 전속 작곡가 사단, 세 번째는 해외에서의 성공을 통한 인프라, 네 번째는 인큐베이팅을 위한 최적의 회사 환경”이라며 “이미 국내에서 여러 성공사례를 만들어냈고, 해외에서도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에서 그룹을 데뷔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 법인도 올해 설립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에이전시로 머물지 않고 K팝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종합 콘텐츠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게 RBW의 야심찬 목표다. 우선 자체적인 아티스트를 키우며 회사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마마무가 데뷔했고, ‘썸’의 공동 작곡가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에스나, 퍼포먼스보컬그룹 브로맨스, ‘K팝 스타 시즌1’ 출신인 오태석과 홍대힙합언더크루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키워온 동생 ‘윤닭(오윤석)’으로 이뤄진 2인조 친형제 그룹 오브로젝트가 현재 전속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고, 신인 아이돌그룹도 데뷔할 계획이다. 올해 뮤지컬, 중국 업체와의 합작 웹드라마 등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SM이나 YG같은 기획사를 보면 정말 멋있고 따라가고 싶다. 그러나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서는 당연히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뒤에서 쫓아갈 수만은 없어서 다른 방식을 고민했다. 국내엔 우리 회사의 ‘롤모델’이 없었다. 한번 지켜봐 달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