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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연기와 사업은 정반대의 일 같지만 열정을 모아 목표에 도달한다는 에너지는 똑같다. ”
연예계 마당발로 손꼽히는 배우 정준호(45)는 수완 좋은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2000년 하와이호텔 사업을 시작으로 여행사, 종합웨딩홀, 해외 라이선싱 골프의류 사업 등을 해온 그는 지난 1월1일 골프의류 브랜드 ‘벤제프’(Benjefe)를 론칭하며 CEO로 다시 한번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1년에 6개월은 배우, 나머지 6개월은 사업가로 지내온 지 이미 오래. 그 와중에 휴대폰에 입력된 4000여명 지인들의 경조사 및 각종 모임까지 챙기며 눈코 뜰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서 벤처사업가, ‘공공의 적2’의 재단 이사장 등 작품속에서도 경영자로 활약했고 벤제프 론칭 후 기업경영 전면에 나서서 특색있는 이벤트로 화제속에 순항중인 그를 최근 서울 삼성동의 벤제프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해외진출로 의류업계의 한류열풍을 꿈꾸는 정준호에겐 시종 열정과 여유가 넘쳤다. 183㎝의 훤칠한 키에 달변인 그는 사업이야기를 할 땐 진지하다가도 아이 이야기엔 입가에 미소부터 번지는 영락없는 ‘아들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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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류 사업, 우연이 아니다
-올해 새 브랜드를 론칭했다.
5년 전 미국 브랜드 ‘플레이보이 골프’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운영해온 노하우를 살려 세계시장을 공략할 국내 브랜드인 ‘벤제프’를 내놓게 됐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의류브랜드 인디언의 모델을 10년간 하면서 오너 회장님이 모델이 아니라 친자식처럼 나를 데리고 다니시며 옷이 어떻게 디자인돼 유통되는지 가르쳐주셔서 의류사업에 대한 기반을 갖고 있었다. 플레이보이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동업한 이경태 리녹스그룹 회장님과 함께 ‘벤제프’를 내놓게 됐다. 플레이보이 골프는 오랜 지인인 이 회장님이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셔서 하게됐다. 연예인들은 얼굴이 재산이니까 사업에 참여해 홍보해주고 스톡옵션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회장님은 똑같이 돈을 내고 공동대표로 사업하자고 하셔서 처음엔 망설였다. 그러나 이 회장님이 모자전문 멀티숍 ‘햇츠온’을 국내 최고의 멀티숍브랜드로 키워 성장기반을 다졌고, 해외소싱을 통한 패션사업을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해와 믿고 함께 하게됐다. 플레이보이 골프는 그동안 골프시장에 없던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데 포커스를 맞춘 게 맞아떨어져 30~40대 여성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았다. 플레이보이 골프로 자신감을 얻어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만들어 한국시장을 뛰어넘어 아시아, 전세계를 바라보는 비전있는 골프웨어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에 ‘벤제프’를 론칭했다.
-브랜드 이름이 독특하다. 벤제프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벤제프는 스페인어로 축복이란 뜻의 ‘벤디시온(Bendicion)’과 우두머리라는 의미인 ‘헤페(Jefe)’를 결합한 합성어로, ‘필드에서 축복을 내리는 우두머리가 되라’는 뜻이다. 골프 칠 때 매너있고 모든 사람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진정한 골프 플레이어를 추구한다. 한글 브랜드 이름을 고려했지만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만큼 너무 한국적인 것보다는 해외 브랜드 느낌이 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최근 최수종 선배랑 점심식사를 했는데 ‘벤제프를 방송에서 한두번 봤는데 꽂히더라. 이탈리아 브랜드냐’라고 물어보시더라. 벤제프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심플하면서도 개성있는 디자인이 강점으로, 골프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 내년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예상매출액 560억원은 무난히 돌파할 것 같다. 올해 벤제프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고 하반기에 중국 마케팅을 시작해 내년에는 중국과 동남아에서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설 계획이다.
-배우 김희애가 모델이다.
주 타겟층이 30~40대여서 또래의 모델이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해야 ‘나도 저렇게 입으면 어울릴까’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내가 김희애 선배님을 고수했다. 김희애 선배님은 40대의 건강미, 지성미에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모범적인 연예인으로 고객층이 좋아할 수 있는 독보적인 모델이다. 예전에도 김희애 선배님을 추천해 1~2년간 함께 모델을 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못뵙다가 이번에 우리 회사 모델로 만났다. 대표가 정준호라고 하니까 모델료도 좀 깎아주신 것 같다. 하하. 모델은 인기가 떨어지면 바뀌고 사업도 그때그때 흐름에 따라 한치 앞을 못내다보지만 내가 과거 의류브랜드 모델을 10년간 했듯 김희애 선배님과도 오래 같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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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실력이 어느 정도 되나.
대학시절부터 골프를 쳐서 구력 25년으로 핸디 15다. 어르신들과 치면 맞춰드리고 잘 치는 사람들과는 타이트하게 친다. 비거리가 300야드 정도로 많이 나가는 편이라 나이 드신 선배님들이나 여자 분들과 필드에 나가면 다들 부러워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모두 몇개인가
2000년 시작한 하와이호텔은 4년전 미국계 호텔에 매각했고 여행사 해피하와이는 SM엔터테인먼트에 매각했다. 복합 웨딩홀 해피엔젤라와 지주회사격인 해피타운의 대표이고 벤제프까지 같이 하고 있다.
-사업가 정준호가 다른 CEO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회사는 되도록 현금결제를 한다. 우리에게 납품하는 사람이 이왕이면 좋은 원단을 우리 회사로 가져올 수 있게끔 결제일을 정확히 지키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 배우 정준호가 사업가로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갈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에게 장난치지 않는 것이다. 재미없는 드라마는 예고편을 잘 만들어도 시청률이 떨어지듯, 옷도 겉보기는 좋은데 입어봤더니 원단이 싸구려면 안된다. 정준호식 사업은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우리 회사 옷을 팔아주는 사람이 고객 아닌가. 전국 140~150개 매장에 우리 제품을 많이 팔아주는 VIP고객 명단을 확보해 내가 직접 챙긴다. 명절이나 경조사때 내 이름으로 감사의 문구를 담은 선물이나 문자메시지, 화환 등을 보낸다. 4월초엔 4박5일간 고객들 102명과 괌으로 골프투어를 떠나기도 했다. 인간관계의 기초인 상대방을 생각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으며 답례하는 마음을 가지면 고객이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떠나가겠나. 휘황찬란하게 몇십억을 써서 광고하기 보다 직접적으로 사람을 사귀고 마케팅하려고 한다. 최근 후원계약을 통해 골프선수 20명 정도를 후원하고 있다. 중견기업치고는 선수들에게 의상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앞으로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 골프선수들을 발굴해서 장학금 지급을 비롯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기획하고 있다. 정준호식 인간관계를 충실히 하면서 교류하면 그 다음부터는 사업도 술술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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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는 배우로 산다는 것은
-연기와 사업을 오랫동안 병행하고 있다.
연기자는 자존심을 갖고 자기의 역할에 맞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역할로 어필해 인정받고 사랑받는 직업이다. 사업은 자존심을 버려야 해 정반대의 일이다. 내가 갖고 있는 쓸데없는 고집과 자신감은 사업을 그르칠 수 있다. 내가 옳다고 매너리즘에 빠져 직원들을 내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데 한 두개가 통하면 다 된다고 생각하지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작품도 한두개 성공해 ‘내 세상이 왔구나’ 하면 한두번은 먹혀도 서너번이면 식상해지고 다섯번 이상되면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매력없어 한다. 사업도 두세개 성공했다고 이게 맞다는 보장이 없어 항상 한 아이템으로 대박나도 쪽박찬다는 마음으로 연구하지 않으면 곳간에 쌓아둔 곡식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 100억원이 통장에 있어도 다리 뻗고 못잔다. 그돈은 내 돈이 아니어서 늘 겸손하고 쪽박찬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다음 시즌에 새 옷이 히트칠까 생각하면 어린시절 소풍갈 때처럼 설렌다.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다. 몇개월 준비해 찍어놓고 내일 첫방송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게 옷을 만드는 것과 같아서 직업과 하는일이 달라도 생각을 모아 열정으로 뭔가 목표에 도달한다는 에너지는 어느 분야든 똑같다.
-사업하는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가.
현실에 부딪치며 사업하면서 연기공부를 많이 한다. 임시직, 계약직, 정직원, 과장, 부장 등 직급별 직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잘 안다. 월급 주는 사람에게 한달은 너무 빨리 오고 조직원들이 적절하게 앙상블이 안되면 사업이 안된다. 열심히 한 만큼 그 자리에 가야 하고 투자한 만큼 벌어가야 해 그 부분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지금 오너 역할을 한다면 또다른 느낌이 나올 것 같다. 예전에 호텔을 경영할 땐 호텔은 물건을 파는 장사가 아니라 고객을 기다려야 하지만 의류사업은 옷을 어떻게든 팔아야 하니 대리점주 모집, 영업망 확충, 빅모델을 통한 광고 등 여러 분야가 달라 매일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드라마 아이템 메모를 많이 하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을 보고 직장인들이 못보는 디테일에 신경쓰고 있다. 회사에 휴게실을 비치해 직원들에게 졸리면 가서 30분 자라고 한다. 대본도 계속 갖고 있는다고 외워지지 않듯 일도 융통성있게 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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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와 연기자를 어떻게 병행하나.
1년에 드라마나 영화 연기를 6개월 동안 하고 나머지 6개월은 사업을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는 사업에 신경쓸 수가 없다. 촬영이 없는 날 가끔 회사에 나가서 체크한다. 쉬는 날엔 대본을 외운다. 촬영이 없는 나머지 6개월엔 다른 회사원들과 똑같이 출근해 늦게까지 일한다.
-지난해 종영한 MBC ‘마마’ 이후 배우 정준호는 언제 볼 수 있나.
올 가을 방송할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다. 하반기에 중국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칠 때지만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사한다. 남자들의 이야기니 기대해 달라. 지난 4월에 괌으로 VIP고객들과 골프치러 갔을 때 여성 고객분들이 ‘마마’ 때 내 모습을 보고 ‘바람피지 말라’고 하시더라. 하하.
-사업과 연기를 병행하고 소문난 마당발이라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내는 물론 장모님에게 ‘우리 사위는 바빠서 밥 먹은지가 언젠지 몰라’라는 말을 안들으려고 잘한다. 시간날 때마다 찾아뵙는다. 처가집보다 아무래도 거리가 먼 시골에 계신 우리 부모님을 덜 찾아뵙게 된다.
-지난해 2월 아들 동욱이를 낳았다. 아이는 누구를 닮았나.
아들이 14개월 됐는데 틀은 내 얼굴이다. 내 돌 사진과 많이 비슷하다. 또래 애들보다 키가 20~30㎝ 크다. 나를 닮아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나처럼 아이도 아침 6시면 일어난다.
-요즘 육아예능이 대세다. 아이와 함께 나갈 계획은 없나.
우리 애가 돌이 다됐을 때 육아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다. 부모님과 장모님은 찬성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벌써부터 부모의 뜻에 따라 아이가 세상에 알려져 커서 뜻하지 않게 연예인같은 인생을 살 수도 있고 생각치 않은 또다른 길로 고민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아이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까지는 가끔 방송에 나가서 보이는 건 몰라도 출연하는 건 아닌것 같아 가족들이 내 말을 듣고 이해해줬다.
조현정 대중문화부장 hjcho@sportsseoul.com
◆프로필
▲출생=1970년 10월1일 충남 예산
▲학력=경희대 연극영화과 졸업
▲가족관계=이하정 아나운서와 1남
▲데뷔= 1995년 MBC24기 공채 탤런트
▲출연작=드라마 ‘왕초’ ‘안녕 내사랑’ ‘루루공주’ ‘내 생에 마지막 스캔들’ ‘아이리스’ ‘역전의 여왕’ ‘네 이웃의 아내’ ‘마마’, 영화 ‘아나키스트’, ‘싸이렌’,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역전의 명수’, ‘공공의 적2’, ‘투사부일체’,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 등
▲수상경력= MBC 연기대상 신인상(1997년)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2002년) 최고흥행배우상(2002년) 베스트드레서상(2004년) 한국방송연예대상 배우 부문 대상(2004 공공의 적) 제28회 황금촬영상 대상(2005년), 한국모델 스타상(2007년) 경희대공로상(2007년), 제8회 영상대전포토제닉상(2007년) 한류문화대상(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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