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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와 메시는 축구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고 있지만, 정작 둘은 그렇게 친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메시를 보는 마라도나 마음엔 애정과 견제가 왔다갔다 한다. 최근 메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바이에른 뮌헨(독일) 전에서 맹활약, 전세계가 그를 극찬한 가운데 마라도나 만큼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마라도나는 메시가 바이에른 뮌헨을 ‘원맨 쇼’ 무너뜨리면서 외신 인터뷰 요청을 꽤 받았다. 그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메시보다 내 골이 더 훌륭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CNN은 마라도나에게 “메시와 그의 현재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중 누가 더 뛰어난가”란 ‘식상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마라도나의 답변은 당연히 자국 선수 메시. 하지만 그는 인터뷰 도중 자신에 대한 얘기도 빼 놓지 않았다. “메시는 골을 아주 잘 넣는다”는 마라도나는 “그가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겠지만 골 넣는 기술은 내가 더 나았다”고 강조했다. 마라도나가 메시보다 스스로 낫다고 한 이유는 자신 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마라도나는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손으로 뻗어 골을 넣고 이후에도 온갖 기행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신 차리고 그라운드에 나서면 어느 팀도 막을 수 없는 폭발력을 선보였다. 마라도나는 “나에겐 처음부터 내 스타일이 있었다”며 “그게 바로 내가 메시보다 나은 부분이다. 메시는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있으며 곧 찾게 될 것이라 본다”고 예측했다.
마라도나는 5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메시를 썼다. ‘축구황제’ 펠레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그는 당시만 해도 제자 메시를 끔찍하게 아꼈다. 마라도나는 “멕시코 월드컵 당시의 나보다 메시가 더 낫다.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이면서 다른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며 “메시는 마라도나-펠레 논쟁을 끝낼 수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엔 메시에 날카로운 조언 혹은 그에 대한 연민도 전했다. 메시가 준우승에 그치고도 2014 브라질 월드컵 골든볼을 받은 뒤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메시에게 천국을 선물하는 것이다. 골든볼 수상은 아니다”며 메시를 이용한 FIFA의 마케팅을 비난했다.
반면 메시는 예의 바른 후배 답게 마라도나를 ‘넘 볼 수 없는 선배’로 일찌감치 규정했다. 메시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마라도나 감독은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화답하며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다. 아마 100만년이 흘러도 그와 가까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날 마라도나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그냥 메시로 남고 싶다”는 말을 통해 ‘제2의 마라도나’로 불리며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표현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