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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적 감성과 강렬한 색채,그리고 사물의 배후를 꿰뚫는 깊이있는 통찰력을 지닌 신예 작가의 등장이다. 눈(Eye)을 통해 어린 시절의 순수성를 되찾는 일에 천착하며 뉴욕에서 활동 중인 젊은 작가 김인혜(28)가 국내 화단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판타지아(Fantasia)’란 제목의 작품으로 ‘아트부산 2015’를 노크했다.
뉴욕 맨해튼 소재의 예술대학 ‘SVA(School of Visual Arts)’를 졸업한 김인혜는 세계 3대 디자인 스쿨 중 하나인 뉴욕 파슨즈 디자인 스쿨에서 패션을 공부했고,2013년 맨해튼 첼시 소재 갤러리인 엘가 윔머 PPC에서의 개인전, ‘Eye The Children Series’ 을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과 개인전, 그리고 뉴욕을 중심으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와 어시스턴트 갤러리 디렉터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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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예술적 모티브는 눈이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성장할 뿐이다.” 그는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을 고스란히 그의 작품 눈(Eye) 시리즈로 되살려 내고 있다. 눈을 통해 자신의 세상읽기와 숨겨진 이야기 드러내기에 열중해 온 그는 본격적인 해외 활동과 한국에 자신의 작품세계를 처음으로 소개하기 위해 ‘판타지아(Fantasia) 2015’(120x110,디아섹,컴퓨터 프린팅)을 ‘갤러리 스페이스 766’을 통해 아트부산 2015에 출품했다. 5일 개막한 ‘아트부산 2015’는 16개국 201개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오는 8일까지 부산 BEXCO 제 2 전시관 전관에서 열린다. 2012년 출발한 이 전시회는 불과 3년 여 만에 세계적인 미술전시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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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지만 탄탄한 미학으로 개성강한 자신의 미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는 왜 눈에 천착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대답은 사뭇 심오하다.
“눈이 표현하고 의미하는 그 많은 것들,우리는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눈으로 상상하고 눈 안에 담고 눈빛으로 표현한다. 생각이 없을 것 같은 고정적인 표정속에 초점이 혼란스러운 눈망울 속에 작가가 표현하고픈 작가만의 세계가 있고 그 그림 속 인물들만의 세상이 있다. 눈 속에 담겨 있는 것들은 눈 속에 떠다니는 것 일 수도, 인물이 응시하는 것의 반사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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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릴 적부터 만화영화를 즐겨 보았고 자라면서 만화책을 쌓아놓고 읽었다. 즐겨보던 만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눈이 참 크고 반짝거렸다. 그 눈을 참 좋아했다. 많은 경우 큰 표정의 변화 없이 눈으로 표현을 하는 컷이 잦았다. 그것을 참 좋아했다.
작가는 그렇게 버릇적으로 계속 눈을 그리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과 크고 해맑은 눈. 그저 좋고 재미있고 예뻐서 그리던 낙서 같은 그림들은 작가가 성장한 뒤 돌아보았을 때, 그의 삶에 큰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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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나의 어린시절이기도 하고 당신의 어린 시절이기도 하다. 캔버스에 몽환적으로 그려진 그 아이들은 나 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다. 아이의 눈을 통해 비쳐진 세상은 내 어릴 적 추억과 환상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신의 희미한 어릴 적 기억일 수도 있다. 그의 캔버스에 펼쳐진 세상은 다분히 다의적(多義的)이다. 내가 보는 세상일 수도 있고,당신들이 바라보는 세상일 수도 있겠고,어쩌면 그 아이들이 보는 세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세상을 관통하는 가치는 하나다. 바로 순수함이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성장할 뿐이다. 당신이 펼쳤던 당신의 세계는 아직 존재한다. 그 세계로 가는 열쇠(key)는 당신이 쥐고 있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