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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타고투저에는 볼과 배트의 반발력,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인한 타자들의 파워 증가 등이 한 몫을 했지만 포수들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는 kt 조범현 감독은 “투수리드 좋지, 블로킹 잘하지. 박경완 같은 포수가 앉아있으면 투수들이 걱정할 것이 없다”며 포수로서 박경완의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박경완은 상대 타자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략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이런 부분은 빅데이터를 동원하더라도 짚어낼 수가 없다. 순간순간 타자의 움직임을 보고 공략 포인트를 짚어낸다. 조범현 감독은 “박경완은 데이터로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포수가 아니다. 그날 타석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타자의 컨디션을 보고 즉석에서 볼배합을 조립하고 게임을 운영했기 때문에 성공률이 아주 높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쌍방울 시절만해도 투수진이 두껍지 않아 포수로서 빛나지 않았지만 현대로 이적한 뒤에는 최고의 투수들과 함께 했으니 타자들을 상대하기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었겠나.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포수로서 만개했고 타격까지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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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도 “박경완의 리드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현대 시절에는 능력있는 투수들이 많았다. 정민태, 김홍집, 위재영, 송신영, 조용준, 조웅천, 신철인 등 스트라이크를 던질줄 아는투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박경완의 리드가 더 빛났다. 한번은 송신영-박경완 배터리를 상대하는데 커브만 9개를 연달아 던졌다.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더라. 타자의 노림수를 알고 볼배합을 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포수 이만수의 존재감도 박경완 못지 않았다. 박경완의 경우에는 포수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안방지기로 먼저 이름을 떨쳤지만 이만수는 포수에 대한 평가가 인색했던 시절에 활약하기도 했고 타격 실력이 워낙 출중해 포수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박경완에 비해 평가가 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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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부터 이만수와 배터리로 찰떡 호흡을 과시했던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은 “투수에 대한 배려가 최고였다. 투수가 자신있게 던질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포구를 했고 블로킹까지 갖춘 포수였다. 타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서 수비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사인 노출을 막기 위해 이만수가 제안했던 플러스-마이너스 사인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그 당시에 숫자를 더하고 빼는 플러스-마이너스 사인을 냈다. 투수가 실전에서 던지는 구종을 1~5번까지 정해놓고 전체를 더해 5로 나눈 나머지 숫자로 구종에 대한 사인을 내는 식이었다.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1-3-4를 차례로 가르칠 경우 3번 구종을 던지라는 얘기였다. 요즘도 상대 사인을 훔쳐봤다고 해서 간혹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에게 노출이 되지 않도록 감추는 것도 야구의 일부분이다. 방심하다 사인을 노출시켜놓고도 상대가 훔쳐봤다고 탓하면 안된다. 스스로가 보안을 지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주 영리한 포수였다”고 설명했다.
정동진 감독은 “포수로서의 이만수에 대해 깎아내리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가 나쁜 포수는 성공할 수가 없다. 워낙 이만수의 타격이 출중해서 포수로서의 면모가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이만수의 타격을 10으로 본다면 포수로서의 수비력은 8~9는 된다. 수비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포수였다. 타자의 장단점을 파악한 볼배합은 기본이고 투수는 물론 야수들에게까지 두루 리더십을 발휘했다. 포수로서의 감투정신이나 희생정신은 최고였다”고 평가했다. 이만수와 동시대에 포수로 뛰었던 조범현 감독도 “포수로 많은 경기를 뛰었고 포수로서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있었다. 포수석에서 워낙 파이팅이 넘쳐서 빠른 두뇌 회전과 센스 같은 부분이 감춰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돌이켰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