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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홀로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22일 KIA와 한화의 광주 경기는 토종 에이스 KIA의 양현종과 한화의 새 ‘괴물’ 투수 로저스의 맞대결로 올 시즌 최고의 관심을 끄는 선발매치였다. 안타를 허용하면서도 실점 없이 막아내는 양현종과 아예 출루조차 시키지 않던 로저스의 호투는 팽팽한 투수전의 재미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전쟁 같던 6회에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만한 몇 장면과 양 팀의 감독이 항의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오거나 이용규가 관중과 충돌하는 어수선한 분위기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그 중 가장 결정적이고도 중요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사진과 함께 여러 장면들을 살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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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KIA 3루 주자 박찬호가 박준태의 1루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하다가 한화 포수 조인성의 발에 걸리면서 득점에 실패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아니다. 이건 주자의 실책성 플레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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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나와서 항의 하는 순간. 주자가 홈플레이 자체를 터치하지 못했다는 그 사실만큼은 분명했기 때문에 합의 판정을 요청하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나와 항의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KIA로서는 아쉽게도 그 전 사진을 본다면 타이밍이 애매할 수도 있으나 포수 조인성의 미트에는 이미 공이 들어가 있었기에 항의한다고 받아들여질리가 만무한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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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용규와 관련된 일련의 장면들!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중견수 이용규가 KIA 필의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2,3루심 콜이 엇갈리면서 합의 판정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세이프로 결론 지어지면서 2사 1,3루의 위기에 몰리게 된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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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와 2,3루심의 엇갈린 콜과 상황에 대해 항의를 해보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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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 감독이 총 출동하며 심판진에게 항의를 이어가던 중 외야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7구 ‘용규놀이’에 이어 필의 뜬공 처리 과정에 모두 관여되어 있는 이용규가 오물과 욕설을 함께 ‘던진’ 관중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장 전체가 술렁이며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으나 이것 역시 이용규와 해당 관중이 극도로 흥분했을 뿐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순 없었다.
그 와중에 흔들리지 않던 단 한 선수, 바로 로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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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이 번복될 위기가 닥치고 양팀 감독이 항의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라면 흥분하거나 흔들릴 법도 하지만 로저스는 차분히 심판진에게 상황을 묻기도 하고,
결국 이닝 종료가 아닌 주자가 1,3루로 바뀌는 합의 판정이 나오자 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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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마운드에 돌아가 홀로 선 로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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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 내가 해결할테니 다들 물러서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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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찬호의 홈 승부 상황과 이어진 김기태 감독의 항의, 이용규의 포구와 그로부터 시작된 양팀 감독의 항의와 선수와 관중의 충돌 장면보다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로저스가 흔들림없이 마운드를 지키고 자신을 믿어달라는 제스처를 한 이 순간이라고 꼽고 싶다. 정신없이 이어지던 모든 ‘혼돈’의 상황들을 다 정리해버리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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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걸로 끝이었다. 전후 사정이 어찌되었든 주어진 악조건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상대한 KIA의 이범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상황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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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사 2,3루의 위기가 찾아왔으나 KIA의 마지막타자 김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칫 망가질 뻔한 명품 투수전을 결국 스스로 완봉승으로 만들어버린 로저스.
경기 후 승리 인터뷰를 통해 ‘6회말 무사 3루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흔들림없이 넘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경기가 너무 쉽게 흘러가서 일부러 그랬다’며 농담을 던지는 로저스는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자신의 재능 중 하나’임을 밝혔다.
물론 선수의 자신감은 피지컬적인 실력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흔들림 없는 멘탈과 자신감도 역시 실력이다. 6회말 혼란과 흥분으로 인해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보란듯 평정을 유지하는 로저스! 그의 진가가 제대로 빛난 순간이었다. 2015. 8. 22.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