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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뇌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는 강동화 서울 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운전중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사람의 시선에 변화에 대한 이야기에 ‘맞아! 맞아!’하며 무심결에 속으로 손뼉을 친다.

결혼전 좋아했던 배우자의 장점이 어느 순간 단점이 된다는 진실 아닌 진실이다. 말이 없어 과묵해 보였던 그 남자는 결혼을 하고 나니 무뚝뚝하고 무관심한 남편이 된다. 옷을 잘입고 자기 관리를 잘해서 좋았던 그 여자는 결혼뒤에 보니 사치하는 아내가 되고 만다. 배우자들은 상대를 보며 당신이 변했다고 하지만 결국 변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을 뿐이란다.

지난 27일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서울 역삼동 아이타워에서 ‘게임과 뇌’라는 주제의 강연은 게임에 대한 극과 극의 시선에서 벗어나 게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강연이었다.

강연 내용은 강 교수가 최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Real-Time Strategy Video Game Experience and Visual Perceptual Learning’이라는 논문에 담긴 연구 결과였다. 강연의 핵심은 전략게임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학습의 기본인 시·지각 학습 수행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강연의 내용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 결과는 과거 컴퓨터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굳건한 믿음이기도 했다.

기자가 어린시절 동네 주변의 오락실에는 거의 예외 없이 ‘두뇌 개발’이라는 문구가 함께 있었다. 컴퓨터가 흔하지 않던 시절 가장 먼저 컴퓨터를 접하는 곳이 동네 오락실이었고 컴퓨터가 사람들의 뇌를 발달시킨다는 증명되지 않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이 마치 마약과 같은 급의 중독 물질로 믿고 싶어 하는, 학부모를 둔 어른들의 시각이 압도적이다. 게임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에 따라 극과 극이다.

이러한 시각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강 교수의 강연은 게임을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강 교수는 뇌의 나쁜 측면들 즉, 부주의 망각 등도 잘 들여다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쁜 측면을 잘 쓰면 긍정적으로 쓸 수 있단다. 게임은 일반인들이 말하는 중독성 즉, 과몰입을 하는 경향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배워 나가려는 의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몰아가는 쪽에서 강조하는 마약중독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뇌의 반응이 비슷하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됐던 뇌 사진은 보상 중추가 활성화 돼 있다는 것만을 강조한 것이란다.

보상 중추는 동기 부여 욕망 욕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무엇인가 하고자할 때 의욕의 문제다. 사랑하는 사람의 뇌를 찍어봐도 반응한다. 반대로 게임을 하는데 보상 중추가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파킨스병에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강 교수는 뇌와 게임과 관련된 다른 분야의 논문을 통해 게임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던졌다. 게임을 보지 말고 게임하는 사람의 관계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뇌와 게임과 관련된 다른 논문에서는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무관심한 아버지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경우 혹은 너무 지나친 감독과 의사 소통이 부족한 경우에 게임 중독 현상이 많이 나타났다.

단순히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몰아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원활한 인간관계를 통해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답이 아닐까?

jwki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