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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고척돔.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만약 고척동이 아니라 동대문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미 고척돔은 완공됐고 동대문 야구장은 철거돼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는 다시 한번 짚어볼 문제다. 사익에 따른 혈세 낭비와 이로 야기된 사회적 갈등의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야구인들의 육성을 모아봤다.

많은 야구인들이 사라진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서 일본 도쿄돔을 희망했다. ‘빅에그’라는 애칭을 가진 도쿄돔은 수용인원 5만명을 자랑하며 야구와 함께 유명행사가 열리는 문화생활의 중심지다. 호텔,대형쇼핑몰 등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 및 위락시설이 조성돼 있다. 일본야구의 심장이면서 가족과 연인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고 그 결과는 연간 1500억원 이상의 흑자로 이어졌다.

국내에 일본 도쿄돔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동대문 운동장 자리였다. 한 야구인은 “장소와 위치에 따라 맞는 시설이 있다. 동대문은 전시관이나 미술관이 아닌 야구장 위치다. 그곳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아닌 돔구장이 지어졌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대문은 하루 유동인구 100만명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이다. 많은 관광객과 야구를 보러온 관중의 유기적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그곳에 돔구장을 비롯한 복합시설물이 들어섰다면 서울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의 상징성이 높다. 이용객도 현재의 DDP보다는 야구장 입장객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동대문 운동장이 철거된 것에 대한 야구인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만약에 상권이 좋고, 광고 효과가 높은 동대문에 야구장을 짓는다고 했다면 여러 기업에서 발 벗고 나섰을 것이다. 그 기업명을 새구장 이름에 붙여주면 되는 것이다. 도쿄돔 주변처럼 복합건물도 지을 수 있다. 그러면 서울시는 DDP건축에 들어간 4000억원이 넘는 예산과 고척돔에 들어간 27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모두 아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6년 7월 취임하며 ‘디자인 서울’을 선언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7년 12월 동대문 운동장 철거가 시작됐고 그 자리엔 패션콤플렉스 DDP가 들어섰다. 건축비로는 약 4900억원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DDP와 함께 서울시 신청사를 짓는데 3000억원, 세빛둥둥섬에 14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건물들은 모두 전문가들이 뽑은 최악의 건물에 뽑혔다. 슬로건으로 내세운 디자인 서울에 맞지 않는 시대 후퇴적이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라는 평이었다. 무엇보다 시민과 함께 하지 못하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무엇보다 야구인들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경기가 열렸던 동대문 구장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많은 야구인들이 철거 당시 반대 시위를 했었는데, 그들은 “동대문은 야구의 메카였다. 새 구장을 지으면서 야구역사 박물관을 지어 역사적 의미를 남겨야 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야구인들은 대체 구장을 지어주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을 믿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 스포츠 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동대문 구장은 말끔하게 사라졌고 많은 기억과 추억도 함께 매몰됐다. 그 결과는 고척돔이라는 애물단지로 태어나게 되었다. 야구장 입지와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하고 객관적인 조사없이 진행된 결과였다.

고척 스카이돔 연습경기
[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과 서울대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15일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연습 경기를 치르고 있다. 2015.09.15. dica@sportsseoul.com

그렇다면 고척돔에 대한 야구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잘 알려진대로 불편한 교통과 부족한 주차장, 그리고 접근성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전광판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 한 야구인은 “고척돔에서 WBC와 같은 국제대회를 하면 망신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최신으로 지었다는 돔구장의 전광판 수준에 실망할 것이다. 야구인으로서 고척돔을 소개한다면 창피할 것 같다”고 했다.

고척돔에 설치된 전광판은 사직구장 전광판 크기의 2/3가 안된다. 홈베이스 뒤쪽 관중석에선 전광판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외야 한가운데 위치해 선수들의 타격에도 방해가 된다. 지하에 위치한 불펜으로 이동하는 좁은 통로와 27칸에 달하는 많은 계단도 선수들에겐 불편하다.

관중석도 문제다. 외야의 경우 20개 이상의 좌석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가운데 있는 관중은 이동이 쉽지 않다. 좌석 사이 거리도 성인남성이 앉으면 무릎이 닿을 정도로 붙어있다. 고척돔은 관중 친화적이지 않다.

또다른 야구인은 “고척돔은 테마가 없다. 야구장은 작품처럼 테마를 가져야 하는데, 고척돔은 뚜껑을 덮는데만 신경 썼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답게 첨단 전광판을 설치하지 않았고 IT강국다운 시설도 없다. 팬을 위한 구장이 아니고, 그렇다고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구장도 아니다. 더그아웃에서 외야가 보이지도 않는다”며 “고척돔은 비 오는 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장점이 없다. 그냥 뚜껑만 씌운 돔”이라고 꼬집었다.

그래서 야구인들은 서울시와 넥센의 협상에 대해 “넥센 구단을 고척돔에 유치하려는 서울시는 겉만 번지르르한 장미빛 전망을 내놓지 말고, 이 구장은 ‘무슨 테마와 특징이 있어 관중들이 많이 올 것이다’라는 구체적인 의견을 설득력있게 내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최초의 돔구장이니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체화 되지 않는 미래가 아닌 제대로 된 청사진을 강제이주 당하게 된 넥센 구단에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돔구장이 지붕만 씌운게 아닌 제대로 된 야구를 하기 위한 시설물로 거듭나야 하는게 선행조건이다. 이 모든 불운은 동대문 구장의 철거와 그에 따른 약속 불이행에서 시작됐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