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고 공원 길
세부 올랑고 섬 맹그로브 숲이 자아내는 이색 풍경.  

[세부=글·사진 스포츠서울 강헌주기자] 10월 초.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후 여름은 종적없이 사라졌다.

모든 사라진 것들은 그리움을 남기는 법. 그리움이 깊어지면 여름으로 떠나면 된다. 1년 내내 상하의 나라로. 여름 휴가를 비상금처럼 아껴둔 이들에게는 지금이 기회다. 필리핀 세부는 큰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여름 여행지로 최적이다. 보라카이와 함께 필리핀의 대표적 관광지로 손꼽히는 세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리조트 중심의 휴양지로 이국적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을의 초입, 세부를 다녀왔다. 생태공원 올랑고 섬을 뒤덮은 맹그로브 숲의 장관, 날루수안 섬과 힐루뚱안 섬에서 스노클링을 즐긴 후 보트에서 바라 본 노을,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 워크파크에서 즐긴 물놀이, 세계 최대 망고 가공업체 ‘프로 푸드’ 공장 투어, ‘알레그레’ 공장에서 만난 노련한 기타 장인들, 클럽 ‘아미’에서 맛 본 빙수 ‘할로할로’…. 세부의 다채로운 매력 앞에 녹다운되고 말았다.

날루부안 리조트
날루수안 섬 선착장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관광객들.

◇ 필리핀 최대 워터파크엔 가족 관광객 북적… 한국어 통용으로 국내 리조트 온 듯

막탄 세부 공항에 인근에 있는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에 들어서서 가장 놀랐던 것은 리조트 어딜 가거나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명동이나 제주에서 자주 접하는 중국인 관광객 마냥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세계 유명 여행지에는 대부분 중국인들이 점령하고 있지만 유독 이곳만은 예외인 것 같다. J파크 아일랜드 이용객의 80%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또 가족 단위 이용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어디서나 쉽게 접할수 있는 한국어때문에 마치 국내의 리조트에 온 것 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제이파크
세부 J파크 아일래드 리조트. 투숙객의 80%를 한국인이 차지해 마치 국내 리조트를 찾은 듯한 착각이 든다.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해도 큰 불편이 없다. 직원들 대부분이 간단한 한국어 회화를 구사할 뿐 아니라 한국인 직원들도 상당수 있다. 또 안내문이나 음식메뉴판에도 한국어가 영어와 같이 표기된다.

올해로 오픈 6주년을 맞은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는 필리핀 최대 프리미엄 워터파크를 갖췄다. 한국에서는 야외 워터파크가 폐장했지만 이곳은 일년 내내 야외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풀과 물놀이 기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매트를 이용해 즐기는 바디 슬라이드와 원심력을 이용한 스페이스 볼은 짜릿함을 느끼게 해준다. J파크 리조트 파크 투숙객은 모든 물놀이 기구를 추가 요금 지불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J파크 리조트에 가족 단위 이용객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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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는 필리핀 최대 프리미엄 워터파크를 갖췄다.

리조트 주변 해변에서는 제트스키,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아일랜드 호핑투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리조트 앞 해변에서 간단히 스노클링을 경험해볼 수 있다. 리조트에서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해준다. 물 깊이가 허리춤까지여서 수영에 자신없는 사람과 스노클링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스노클링을 하기 전 연습하기에도 제격이다.

색다른 경험을 얻고 싶다면 클럽메이트 아미고(친구라는 뜻의 스페인어)에게 도움을 받으면 된다. 아쿠아로빅을 같이 추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매일 저녁엔 아미고들이 불쇼로 숙박객들에게 눈요기를 제공한다.

망고 할로할로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 클럽 아미에서 맛본 망고 할로할로. 1개만 시켜도 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다양한 먹거리도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의 자랑거리다. 한식, 중식, 뷔페, 필리핀식 로컬 푸드 등 총 8개의 레스토랑 및 바가 있다. 특히 중국음식 레스토랑 칭하이에서 세프 케니 융이 정성들여 내놓은 음식은 인상적이었다. 메인인 오리 요리도 좋았지만 서비스로 내놓은 탕수육이 인상적이었다. 상추에 감싸인 튀김은 색다른 미감을 자극했다.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내놓는 짬뽕과 짜장면도 맛보길 권해본다.

아바타 공장3
세부 액세서리 공장 아바타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클럽 아미가 내놓는 빙수 ‘할로할로’는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의 또 다른 자랑이다. 미국 유학파 세프 석창훈 클럽 아미 대표가 자신있게 권하는 할로할로는 꼭 경험해보길 추천하다. 재료에 따라 망고, 초콜릿, 팥 할로할로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콜릿 할로할로에 가장 반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은 온몸에 청량감을 전달하는 망고 할로할로라고.

로비 앞에는 두달 전 재개장한 외국인 전용 팰리스 카지노가 어른들을 기다린다. 현재 6개의 테이블에서 바카라, 블랙잭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정부의 허가가 나는 대로 슬롯머신, 포커하우스 등의 게임도 추가할 계획이다.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철저히 ‘어른들의 세계’다.

아버지와 아들
날루수안으로 가기 위해 탑승한 방카. 방카를 운행하는 필리핀 부자의 시선은 바다를 향해 있다. 바다는 그들에게 삶의 고된 현장이자 쉼터였다.

◇ 올랑도 섬 맹그로브 숲 이색적 분위기 매료… 요트 선상서 맞는 저녁노을 황홀

세부를 좀 더 느끼기 위해서 리조트 바깥으로 나섰다. 수 천 마리의 조류를 관찰 할 수 있는 생태공원인 올랑고 섬(Olango Island)으로 가기 위해 필리핀 전통 보트인 ‘방카’에 올라탔다. 바다 빛깔은 시시각각 변하면서 남국의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해 감상하기 바빴다.

올랑고 섬에서 생태공원으로 가기위해선 트라이시클(오토바이 옆에 보조 좌석을 설치한 차량)을 타고 20여분간 열대 우림을 헤쳐나가야 한다. 주변 경치에 빠지다 보면 약간의 덜컹거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라이시클 요금은 120페소(약 3000원). 올랑고 생태공원에 도착해 관리직원들의 설명을 잠시 듣고 곧바로 조류 관찰지로 갔다.

나루수안 아일랜드 리조트
바다에 떠있는 리조트로 유명한 날루수안 아일랜드 리조트.

조류관찰을 하기 가장 적합한 기간은 9월부터 3월까지다. 아쉽게도 철새들의 군무는 못봤지만 올랑고 섬의 장관은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올랑고 섬을 뒤덮고 있는 맹그로브 숲이 자아내는 이색적 분위기는 독특하다. 사진의 깊은 세계는 잘 모르지만 흑백필름으로 이 광경을 담으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랑고 섬이 프로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라는 것은 나중에 들었다.

리조트로 돌아오는 중 날루수완 섬을 들렀다. 날루수안 섬은 작은 몰디브로 불릴 만큼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수심이 깊지 않아 스노클링 초보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스노콜링2
힐루뚱안 섬 인근서 스노클링을 즐긴 후 밧줄을 잡고 요트로 돌아오는 관광객들.

막탄 섬에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힐루뚱안 섬은 다양한 산호초 및 열대어들이 서식해 스노클링 및 스쿠버 다이빙의 천국이라 불린다. 리조트와 날루수안 섬에서 연습을 충분히 했다면 힐루뚱안 섬에서 본격적인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다소 사치스러운 30인승 흰색 요트를 타고 힐루뚱안 섬으로 호핑투어에 나섰다. 요트 선상에는 망고, 바나나 등 열대과일이 가득했다. 요트 투어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와인도 준비됐다. 요트 선주인 김우재 씨는 호핑 투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올 때 선상에서 맞이하는 저녁 노을과 와인 한 잔은 환상의 궁합이라고 귀띔했다. 수심 10m가 넘는 바다 한 가운데서 진행한 스노클링은 리조트 인근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평소보다 빠른 물살때문에 예정보다 조금 일찍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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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망고 재가공업체인 프로푸드 공장 내부 모습. 망고 껍질을 벗기고 잘라내는 작업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 사람냄새 물씬 나는 세부의 공장들… 자부심만큼은 세계 최고

세부 체류 마지막 날 세부 시티투어에 나섰다. 세계 최대 망고 재가공업체인 프로푸드(Profood)를 먼저 찾았다. 1978년 설립된 프로푸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델몬트, 네슬레, 월마트 등 전 세계시장에 필리핀 과일을 공급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필리핀에 총 4개의 가공공장을 가지고 있는 프로푸드는 하루에 망고 1000톤(500만개)을 재가공한다.

거대한 공장내부에는 산지에서 들여온 망고를 선적하기 위해 지게차가 쉴 새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선적된 망고는 1차적으로 선별과정을 거쳐 재가공 파트로 넘어간다. 작업 현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컨트롤룸에서 지켜봤다. 망고 껍질을 벗기고 잘라내는 작업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숙련공의 경우 망고 한 개의 껍질을 벗기는 데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프로푸드 공장 대부분의 생산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쳐나간다는 게 독특했다. 풍부한 노동력을 갖고 있는 필리핀에서 가능한 일이다.

공장 투어를 끝낸 관광객은 공장내 직영점에서 프로푸드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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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장2
알레그레 대표가 직접 기타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알레그레 기타공장은 세계의 많은 프로 기타리스트들이 기타를 구매하기 위해 직접 들린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알레그레 기타공장에서 직원들이 기타를 만들고 있는 모습.

알레그레 기타공장도 세부가 자랑하는 명소다. 알레그레가의 가업으로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이 공장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핸드메이드 기타로 유명하다. 세계의 많은 프로 기타리스트들이 기타를 구매하기 위해 직접 들린다고 한다. 방문객들은 기타 장인들이 기타를 제작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구매할 수도 있다. 기타의 가격대는 2500페소(약 6만3000원)에서 8만2000페소(약 205만8000원)까지 다양하다.

귀걸이, 팔찌, 목걸이 등 필리핀 전통 액세서리를 만들고 잇는 아바타 공장도 들렸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공장의 디자이너는 단 1명이라고 한다. 100여명의 직원은 디자이너의 제품 디자인이 나오면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가격은 생각만큼 싸지 않았다. 세계 유수 브랜드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돼지 요리2
세부 현지요리 맛집으로 통하는 아바세리아 카페.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메뉴는 바싹 구운 돼지 고기다. 요리사가 직접 돼지고기 요리를 잘라주고 있다.

들러 본 세부 공장들의 공통점은 철저하게 사람의 힘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에는 아직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핸드 메이드 제품들이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부의 산업이 더 조명받을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lemosu@sportsseoul.com

공항세
항공사별 수하물 체크인 후에 반드시 공항이용료 750페소(카드나 다른 화폐를 받지 않음)를 납부하고 출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세부여행 팁

한국과는 1시간 차이로 한국이 정오일 때 필리핀은 오전 11시다. 루손 섬 지방 언어인 타갈로그어와 영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필리핀 전압은 220V로 우리나라와 같다. 다만 콘센트 모양이 110V용과 비슷해 어댑터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필리핀 기후는 1년 내내 기온과 습도가 높은 몬순형 기후대에 속한다.

필리핀 화폐단위는 페소(Peso)다. 1페소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25원 정도다. 리조트나 큰 매장에서는 카드나 달러 사용이 가능하지만 현지 시장 같은 경우에는 페소만 통용된다.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품이다. 또 만약을 대비해서 배탈, 설사,두통약 등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선크림은 넉넉하게 가져가야 한다. 흐린 날도 상상 이상의 자외선이 피부를 자극한다고 한다.

인천공항서 세부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반이다. 세부 직항 노선 중 필리핀항공이 유일한 오전편으로 매일 운항한다. 오전에 출발하면 정오에 도착할 수 있다. 세부를 좀 더 알뜰하게 즐길 수 있다. 입국 심사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자동출입국 심사를 등록하게 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세부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꼭 공항이용료 750페소(카드나 다른 화폐 받지 않음)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항공사별 수하물 체크인 후에 반드시 공항이용료를 내는 순서도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세부여행 정보: 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02-598-2290), 필리핀항공 한국지사(1544-1717), J파크 아일랜드 리조트 한국지사(02-3448-9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