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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21일 칠레 라 세레나에서 열린 U-17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기니전 도중 오세훈과 교체아웃될 때 오세훈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U-17 월드컵을 2승1무로 마치고 16강에 올랐다. 21명 엔트리 전원이 한 마음이 되어 뛰고 격려한 것이 조별리그 1위 원동력으로 꼽히지만 눈에 띄는 한 선수를 꼽으라면 역시 ‘코리안 메시’ 이승우를 지목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예전 그 이승우가 맞을까’란 생각이 들 만큼 바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개인 드리블이나 과감한 감정 표현은 사라지거나 줄어들었다. 반면 팀플레이와 수비를 적극적으로 했고, 동료들이 흥분했을 때 먼저 나서 그들을 말렸다. 그러면서도 상대 수비수 1~2명을 꼭 끌고 다녀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이가 있다. 이승우가 축구를 시작할 때 가르친 스승, 바로 조덕제 수원FC 감독이다. 이승우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엘리트 선수로 크던 형 이승준을 따라 경기도 포천 김희태축구센터를 다녔다. 처음 축구공을 접할 때만 해도 선수로서의 꿈보다는 공을 갖고 노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조 감독은 당시 김희태축구센터를 오가던 이승우를 보며 축구를 본격적으로 가르친, 그야말로 ‘첫 스승’이다. 그는 “승우는 공을 찬다는 개념보다는 갖고 노는 개념으로 축구를 배웠다”고 10년 전을 회상했다.

이승우는 ‘첫 스승’을 잊지 않았다. 지난 달 17일 ‘최진철호’가 U-17 월드컵 본선 준비를 위해 최종 소집되기 직전 이승우가 가족들과 함께 찾은 곳이 바로 수원FC 훈련장이었다. 이승우는 지난 5월 초 18세 이하(U-18) 대표팀이 참가했던 수원JS컵을 마친 뒤 1부도 아닌 2부의 수원FC 홈 경기를 찾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4개월 뒤 자신에겐 첫 국제무대인 칠레 대회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조 감독을 찾아갔다. 조 감독은 “밖에선 어떻게 볼 지 몰라도 승우가 의리 같은 것은 갖고 있는 아이”라며 “파주 NFC(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가기 전 ‘이제 출국한다’며 훈련장에 왔길래 좋은 얘기를 해줬다. 마침 스페인에서 온 시시도 있었다. 시시하고도 스페인어로 몇 마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시시는 2003년 핀란드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서 스페인 대표로 나서 준우승했을 때 핵심 멤버다. 시시는 이승우에게 당시 경험담을 들려주며 행운을 빌었다.

조 감독이 이승우에게 당부한 것은 지금 그가 칠레에서 선보이는 모습들과 일치한다. “난 다른 거보다 한국 문화 등에 대해 말했다”는 조 감독은 “외국에서 공을 차다보면 액션도 크고, 어필도 많이 하게 되질 않나. 하지만 한국 축구의 강점인 희생이나 팀워크 등을 말했다. 우리 팀에 있는 시시나 블라단, 자파 등 외국인 선수들을 예로 들기도 했다”고 했다. 시시나 자파도 공 좀 차고 개성도 강했지만 한국에 온 뒤엔 물 한 모금도 자기보다 동료에게 먼저 건넬 만큼 한국에 잘 적응했다는 게 조 감독 조언 요지였다. 조 감독은 “교체가 되어도 감독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그러면 언론이나 밖에서도 오히려 널 더 인정하게 될 거고, 그게 아니면 널 욕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그게 한국 문화라는 말을 승우에게 해줬다. 승우가 잘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운동은 워낙 열심히, 집중적으로 하는 애가 승우다. 다만 이제 곧 성인이고 키가 확 클 일은 없을테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힘을 키우면 폭발력이 생길 것이라는 축구적인 조언도 해줬다”고 덧붙였다.

이승우는 지난 여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쓴 소리도 좋지만 칭찬이 내겐 더 힘이 된다. 여러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내 앞에서 내 얼굴 보고 좋은 얘기 들려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감독을 비롯해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정정용 전 U-15 대표팀 감독이 그렇게 이승우에게 다가갔다. 최진철 감독도 빼 놓을 수 없다. 최 감독은 수원JS컵 뒤 이승우가 명지대에서 외롭게 훈련하고 있을 때 곧잘 찾아와 그와 웃으며 대화하고 밥도 사줬다. ‘첫 스승’ 조 감독은 “승우는 아직 커나가는 과정이다. 격려해주면 더 좋은 길을 갈 수 있는 거니까, 축구인들이 관심 갖고 지켜봐주면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시선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번 대회에서 달라진 이승우로 완성됐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