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프리미어 12\' 독기 품은 대표팀, 도미니카에 10-1 대승!
이대호 등 야구대표팀의 선수들이 11일 대만 타오위안 구장에서 진행된 ‘2015 프리미어 12’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10-1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로 자축하고 있다. 타오위안(대만)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타오위안=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이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대회 개막전을 엿새 가량 앞두고 선수 전원이 모여 한 번 훈련, 두 번 평가전을 치른 뒤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한 경기만 치른 뒤 다시 대만으로 이동해 한 번 훈련 후 본격적인 예선리그에 돌입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달 26일 소집했을 때부터 11일 대만 타오위안국제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B조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를 때까지 “힘든 여정”이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대표팀 소집 과정에서부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적잖이 마음고생을 한 표정이다. 마음고생은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더 심해졌다. 일본과 공식 개막전을 치를 때, 삿포로돔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시 선발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는 개막전이 열린 삿포로돔이 홈 그라운드다.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소속 선수들 역시 삿포로돔은 우리 선수들보다는 익숙한 구장이다. 핑계처럼 보이지만, 경기력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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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대만 타오위안 경기장에서 열린 도미니카와의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 뒤편 복도에서 몸을 풀고 있다./ 타오위안(타이베이)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대만에서는 상황이 더 열악했다. 우선 B조 예선리그가 열리는 타오위안국제구장과 티엔무시립구장 모두 프로가 쓰기에는 상당히 열악했다. 타오위안구장은 대만프로야구팀 라미고 몽키스의 홈 구장이라, 라커룸 등 시설은 티엔무구장보다는 좋았다. 하지만 하루에 두 경기가 열린데다, 이날은 오후 1시(한국시간)에 시작한 미국-베네수엘라전이 비로 지연되면서 구장에 도착한 한국과 도미니카 선수들이 마땅히 앉아 쉴 공간조차 없었다. 대회조직위원회에서 공식훈련을 두 시간밖에 주지 않고, 따로 구장을 빌려 훈련을 할 수도 없는 여건이라 선수들이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 시간이 많이 남는 편이지만, 공을 만질 여건이 안돼 웨이트트레이닝 정도로 부족한 훈련을 보충할 뿐이다.

이날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선수들을 보며 ‘이런 대회에 굳이 최정예 대표가 와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무라이 재팬’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과 함께 이번 대회를 개최한 뚜렷한 이유가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해 붐업을 하겠다는 의도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국기’와 다름없는 야구로 금메달을 따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프리미어12 대회 자체가 일본 대표팀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어떨까. 2진급이 출전해도 큰 문제가 없다.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재입성하면, 그 때 최정예를 파견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내막을 듣고보니, 한국야구위원회(KBO) 입장도 수긍이 갔다. 프리미어12가 태동할 무렵, 대한야구협회 이병석 회장이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WBSC측이 대회참가 여부 등을 문의할 때에도 하세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장이 손놓고 있으니 협회에 책임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급한 WBSC가 KBO에 도움을 요청했고, KBO가 협회에 양해를 구해 대회 참가를 결정했다고 한다. KBO 입장에서도 이왕 프로가 출전하는 대회라면, 최정예를 보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을 것이다. 최정예로 프리미어12 초대 대회를 치르게 된 이유였다.

[SS포토]오타니 쇼헤이,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승리투수
일본의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밝게 웃으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삿포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하지만 준비과정은 곱씹을수록 아쉽다. 일본과 한국의 프로리그가 종료된 이후 대회가 개막돼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준비’가 매우 중요한 단기전은,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 선수 3명이 해외원정 도박 의혹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뒤 급히 재도입한 상비군제도는, 이런 의미에서 상시운영하면 어떨까. 물론 전임감독제도 함께 시행돼야 할 것이다. 대한야구협회와 KBO가 행정적인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깊게 고민해야만 한다. 프로-아마 자존심싸움을 떠나 한국 야구가 더 도태되기 전에 아마추어부터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이 시급해 보인다. 현장에서 직접 본 일본과 대만은 큰 그림을 갖고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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