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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과도기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야죠.”
여자프로농구가 ‘존 프레스’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공격권을 가진 상대가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수비가 압박해 들어가는 존 프레스는 상당한 체력과 조직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전술이다. 춘천 우리은행이 ‘질식수비’의 대명사로 극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도 선수간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가 이뤄지는 존프레스가 정착했기 때문이다.
이번시즌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는 6개 구단 모두 존프레스를 즐겨 구사한다. 재미있는 점은 존프레스를 손쉽게 뚫어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압박을 가하면 자멸하는 팀도 나온다는 것이다. 같은 팀인데도 상대에 따라 풀코트 압박수비가 효과를 보기도,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팀이 전술훈련 때 압박수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열풍을 몰고온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우리팀의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오래 손발을 맞췄기 때문에 다른 팀에 비해 완성도가 조금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경험이 쌓여, 상대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도 가능하다. 40분 내내 존프레스를 가동할 수는 없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한 때 임달식 감독이 이끌던 신한은행의 존프레스에 무너진 아픔이 있다. 당시 신한은행 코치였던 위 감독은 우리은행 부임 이후 존프레스 완성도를 높였고, 잇따라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만년 꼴찌로 불리던 우리은행이 무시무시한 체력을 바탕으로 존프레스로 리그를 평정하자, 다른 팀도 앞다투어 존프레스를 비장의 무기로 들고 나온 셈이다.
지난 1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전에서 3쿼터 중반 존프레스로 주도권 장악에 성공한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과도기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백전노장 이미선이 홀로 남아있지만, 전주원 김지윤 김영옥 정선민 박정은 등 이른바 ‘타짜’들이 은퇴하면서 경기 흐름을 조율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감독은 “전면 압박수비를 펼쳤을 때 노련한 선수들은 수비를 뚫고 공격진영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아직 그정도까지 시야가 없다. 기본적으로는 드리블 등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지만 수비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다. 전면 압박수비는 엄청난 체력과 조직력이 필요해 실패했을 경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넘겨준다는 단점이 있지만, 성공확률이 높다.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각 팀 감독들은 상대가 압박수비를 전개할 때 어떻게 뚫어 낼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돌파능력과 시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뚫을 수 없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선수들이 중용될 수밖에 없다. 이런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게 고민거리이지만.
zzang@sportsseoul.com


